사라지는 기부천사…기부자 수, 1년 만에 7만 명 가까이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일 18시 23분


서울에 사는 주부 김모 씨(63·여)는 2008년부터 10년 동안 국내 환경단체, 어린이 복지시설, 국제 구호단체에 매달 5만 원씩 자동 이체하다가 작년 10월부터 기부를 중단했다. 그가 갑자기 지원을 끊은 것은 치료비 핑계로 모금한 뒤 호화롭게 살아 온 ‘이영학 사건’이 계기였다. 김 씨는 “내가 낸 기부금이 나쁜 곳에 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앞으로 자신이 집행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당 기부금만 낼 작정이다.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이 한국 사회의 ‘기부 가뭄’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부자 수가 1년 만에 7만 명 가까이 줄어들면서 2006년 관련 처음 현황을 집계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3일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의 기부금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6년 기부금 신고자 수는 71만5260명으로 집계됐다. 연말정산을 위해 기부금 신고를 한 사람의 수가 1년 만에 6만8722명(―8.8%) 줄어든 것이다.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 등에 따르면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부터 기부자 수는 금융위기에도 증가세를 이어가다가 2012년 총 88만 명으로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후 4년 째 내리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6년에는 기부자 수 감소폭이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기부 감소 현상은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모금목표액 대비 실제 모금액을 온도로 표시해 ‘사랑의 온도탑’을 세우고 있다. 3일 현재 사랑의 온도는 80.5도로 최근 4년 동안 가장 낮다. 꼭 1년 전의 사랑의 온도 84.8도보다 4도 가량 낮아진 것이다. 공동모금회 측은 “지난해 연말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모금 단체를 불신하던 사회 분위기가 모금액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기부가 줄어드는 현상은 다양한 통계를 통해 확인된다. 통계청은 2년에 한 번씩 기부 경험 등을 묻는 사회조사를 실시한다. 지난해 11월 ‘기부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사 대상 국민의 26.7%만이 “있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2011년에는 36.4%가 “기부 경험이 있다”고 했지만 이후 조사마다 기부 경험자 비율은 34.6%(2013년), 29.9%(2015년)로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6명 꼴로 향후 기부할 의향이 없다고 답해 기부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기부 열기가 사그라든 것은 시민 후원금 128억 원을 유용한 ‘새희망씨앗 사건’ 등으로 기부금이 샐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 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공공 부문에 대한 불신이 겹쳤기 때문이다. 종교 관련 단체에 기부하던 직장인 이 모 씨는 “너무 많은 단체들이 기부를 부추기면서 기부 독려가 상술로 변질되고 있다는 거부감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문진영 서강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자선단체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 자정활동을 시작하지 않으면 국내 기부 문화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움츠러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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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추천 많은 댓글

  • 2018-01-03 20:57:27

    문제인이 다 해주는데 뭘...

  • 2018-01-03 19:48:33

    공익사업 기부했다가 감옥에 들어앉은 삼성 이재용 회장을 보면 도대체 누가 공익사업에 기부를 하겠냐고 기부가 뇌물로 둔갑하는 빨갱이 세상 그리고 우리나라 유니세프 직원들 급여가 여타 NGO보다 높은건 세계 5위 수준으로 우리 국민들이 유니세프에 돈을 많이 내기 때문..

  • 2018-01-03 19:38:09

    사기성이 판을 치는 세상입니다. 확실하게 확인 되고 기부 받은 자나 단체가 투명하게 입출금내역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믿어서는 안 됩니다. 역적들이나 이적행위를 하는 종북들을 믿는 것과 같은 처신을 해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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