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생애사 열전’ 사업, 도심재생에 활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4일 03시 00분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 105명 참여, 중구의 역사문화 이해의 폭 넓혀
근대골목투어 코스 등에 활용키로

대구 중구 향촌문화관 생애사 전시관에서 저자와 가족이 최근 발간된 책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대구 중구 향촌문화관 생애사 전시관에서 저자와 가족이 최근 발간된 책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대구 중구가 ‘생애사(生涯史) 열전’ 사업을 마무리하고 이를 도심 재생과 관광 기반 확충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2년 시작한 이 사업은 30년 이상 중구에 거주한 70, 80대 노인들이 겪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산업화시대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6년간 105명의 이야기를 담아 100권을 출간했다. 책 주인공은 평범한 이웃 할아버지와 할머니다. 2016년부터는 참여 대상을 대구 시민으로 확대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도 동참해 내용이 더 풍부해졌다.

최근 저자가 된 22명은 향촌문화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16명이 직접 글을 썼고 6명은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구술(口述) 방식으로 정리했다. 격변기의 역사, 생활, 정치, 종교, 교육 자료를 담고 있어 도심 재생에 인문학을 가미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구자 씨(76)는 ‘학원 민주화를 외친 여성, 호주의 사업가로’(200쪽)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대구 수창초교와 경북대사대부중, 경북여고를 다니던 시절 주변 상황과 당시 교복, 학교 풍경을 엿볼 수 있다. 신 씨는 경북여고 학생회장으로 2·28민주운동에 참가한 이야기도 담담하게 풀어냈다. 학교 측이 정치 유세 참여를 막으려고 일요일 등교시킨 뒤 강당에 가둔 일과, 다른 학교 고교생들과 함께 반월당과 방천으로 시위를 하러 가다 경찰에 연행된 일 등을 생생하게 썼다. 신 씨는 1980년 호주로 이민을 간 뒤 사업가로 성공했다. 지난해 대구를 찾아 막바지 책 정리에 열정을 쏟았다.

전병태 시각장애인협회 중구지회장(76)은 ‘흔들림 없는 꼿꼿한 무도인’(264쪽)에서 금호호텔과 동인호텔 등 1960, 70년대 중구지역 호텔에서 안전 요원으로 근무했던 모습을 풀어냈다. 경북 의성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6·25전쟁을 겪었고, 19세 때 외삼촌이 운영하는 음식점에 취직하면서 대구에 정착했다. 그 무렵 유도를 배운 전 회장은 공인 6단을 따고, 태권도 합기도 권투 국선도 등 여러 종목을 터득했다. 젊은 시절 눈에 가시가 찔린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어 한동안 방황하기도 했지만 역경을 극복하고 2012년부터는 시각장애인협회 지회장을 맡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김옥순 씨(89·여)는 ‘대구 의상실, 그 역사를 풀어쓰다’(228쪽)에서 원단 소매업과 양장점, 여성복 디자이너의 삶을 보여준다. 장병남 씨(87·여)는 ‘한국사와 함께한 시장의 기억’(123쪽)에 중구 교동시장에서 55년간 미군 물품 가게를 운영했던 세월을 담았다. 채종은 삼천리버스 대표(84)는 ‘대구의 시내버스 초석을 다지다’(211쪽)에서 근대 버스 모습과 시대상을 기록했다.

생애사 열전 사업에 참여한 105명은 하나같이 자신의 삶이 책으로 나온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중구는 이 사업의 결실이 세대간 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도시의 역사 찾기와 근대골목투어 코스에 우선 활용할 계획이다.

윤순영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 이사장(중구청장)은 “생애사 기록은 중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 향후 도심 재생 사업이 더욱 풍성해지는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 생애사 열전#도심재생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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