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언 씨(52·사진)는 매주 화요일 퇴근 후 병원에 간다. 치료도, 병문안도 아니다. 그가 찾는 곳은 부산 사상구에 있는 부산보훈병원. 일반인도 있지만 환자 대부분이 국가유공자다. 가족의 도움을 못 받고 쓸쓸히 노년을 보내는 사람이 일반 병원보다 많다.
“화요일만 되면 침대나 병원 복도에서 어르신들이 기다려요. 한동안 씻지 못해 얼마나 불편했는지 이젠 눈만 봐도 알 수 있죠.”
황 씨가 목욕 봉사를 한 건 1999년 12월부터다. 사무실 선배의 권유로 시작해 매주 한 번 이 병원을 찾아 3, 4시간씩 환자의 몸을 씻고 닦아 준다. 환자 상태에 따라 목욕 시간이 다르지만 보통 하루에 4, 5명 정도 씻긴다. 17년간 407번, 1135시간을 봉사했다.
황 씨는 3일 “솔직히 몸이 피곤한 날이면 가고 싶지 않은 적도 있었고 한 달 이상 몸을 씻지 않은 환자 몸에선 역한 냄새가 나 곤혹스러울 때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깨끗이 씻고 나서 표정이 밝아진 어르신을 보면 금방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황 씨가 이 병원에서 묵묵히 봉사할 수 있었던 건 만나는 사람 대부분이 나라를 위해 일하다 다친 분이기 때문이다. 그 역시 부산구치소에서 근무하는 교정직 공무원 교도관(교위·7급)이다. 황 씨는 “몸이 불편한데도 고마움을 전하는 어르신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말했다. 화요일 아침마다 출근길 황 씨에게 목욕용품을 건네는 가족의 응원도 큰 힘이 된다.
황 씨는 봉사자가 많이 줄어든 것에 아쉬워했다. 이 병원에서 처음 목욕 봉사를 할 때는 봉사자가 12명이었지만 현재는 자신을 포함해 2명뿐이다. 그는 “몸을 닦아주는 동안 땀이 비 오듯 하지만 마치고 나면 마치 내 몸을 씻은 것처럼 상쾌하다. 더 많은 분이 이 기쁨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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