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6m 넘는 도로 노상주차장 허용
실제론 지자체 재량… 기준 안지켜 “소방 장애물에 합법 면죄부 준 셈”
2일 밤 서울 서대문구 빌라촌 골목의 거주자우선주차장에 차량이 서 있다. 줄자로 재보니 주차선과 맞은편 주택 담장까지의 거리는
소방 펌프차 전폭(250cm)보다 좁은 247cm에 불과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 2호선 신촌역 근처 빌라촌. 골목길마다 두세 면씩 거주자우선주차장이 있다. 밤이 되자 주민들 차량이 속속 세워졌다. 주차장 폭 2m를 제외한 나머지 길 폭을 재보니 247cm에 불과했다. 전폭 250cm인 소방용 중형 펌프차는 지날 수 없다.한 주민은 “거주자우선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간다. 최근 제천 화재 참사 이후 불이 났을 때 소방차가 들어오지 못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 이면도로에 불법 주차한 차량들 때문에 소방차의 현장 접근이 늦어진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었다. 그런데 불법 주차뿐만 아니라 합법인 거주자우선주차장 역시 소방차 진입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거주자우선주차장은 12만9407면. 일정 비용을 내면 거주자가 전용하는 노상(路上) 주차장이다. 주택가 주차난 해결을 위해 1996년 도입했다. 주차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노상 주차장은 폭 6m 이상 도로에 폭 2m, 길이 5m로 설치할 수 있다. 남는 도로 폭은 4m 남짓으로 중형 펌프차 통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자치구가 폭 6m 미만인 도로라도 보행자나 차량 통행에 차질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거주자우선주차장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주자우선주차장을 뺀 나머지 길로 중형 펌프차가 다니지 못하는 곳이 생긴다.
2015년 1월 5명이 숨진 경기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로 거주자우선주차장의 소방차 진입 방해 문제가 공론화됐다. 당시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는 소방차 진입을 어렵게 하는 거주자우선주차장은 해제하고, 새로 그을 때에는 소방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진척은 더디다. 집 앞 주차장을 없애는 것에 반대하는 민원과 주차난을 우려해서다. 강남구는 제천 화재 이후 관내 거주자우선주차장 설치 도로를 조사한 결과 8217면 중 26%인 2137면이 폭 6m 미만 도로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구 관계자는 “거주자우선주차장을 한꺼번에 없애면 극심한 주차난이 예상돼 단계별로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폭 3m 이상이지만 차량 등 장애물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소방차 진입곤란지역’은 411곳에 이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