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는 지난해 12월 제1회 캡스톤 디자인 경진대회를 열었다. ‘캡스톤 디자인’이란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삶의 편의성과 행복, 만족을 주는 각종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그램(과목)이다. 총 53개 팀이 참가해 게임 앱을 비롯해 노트북 파우치, 모듈형 화분, 가상현실(VR) 교육용 영상 등 숙명여대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발표됐다.
그중 가장 돋보인 아이디어는 ‘맞춤형 화장품 기기’. 숙명여대 산업디자인과에 재학 중인 황예리 씨(24)는 소비자가 집에서 직접 원하는 색상과 질감, 효과를 가진 색조화장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기와 플랫폼을 개발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공계 쪽과 거리가 먼 황 씨가 화장품 제조를 결심한 이유는 숙명여대의 캡스톤 디자인 수업 덕분이다.
“처음에는 캡스톤 디자인 기반의 디자인 수업에서 과제 차원으로 준비했어요.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했지만 교수님과 1 대 1로 꾸준히 상담하면서 막혔던 부분을 풀어갔죠. 실제 공장에서 어떤 과정으로 화장품을 만드는지, 화장품 사용기간과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파악하기 위해 관련 논문을 많이 읽었어요. 매일 온라인 조사와 인터뷰도 진행했죠.”
모아진 자료를 토대로 황 씨는 학교에서 제공한 3D프린터를 활용해 모형을 제작해 소비자 요구에 맞는 디자인을 찾아냈다.
“평소 사용자 맞춤형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어요. 기존 맞춤형 화장품은 매장에서 전문가 도움을 받거나 기초 화장품에 국한돼 제약이 많잖아요. 소비자가 집에서도 편하게 원하는 색상, 질감, 효과를 가진 색조화장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기와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황 씨는 6개월간 맞춤형 화장품 기기에 몰두했다. 이 기간 ‘메이커’란 개념도 알게 됐다. ‘메이커’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을 뜻한다. 이후 자신이 개발한 사용자 맞춤형 화장품 제조기기와 플랫폼에 ‘꾸뛰르 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꾸뛰르 랩은 앱과 연동해 원재료를 배합하고 용량과 레시피는 자동으로 앱에 축적돼 자신 만의 화장품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캡스톤 디자인 경진대회에 출품한 황 씨 작품은 완성도와 실용성 측면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제품이 설계에 따라 원하는 만큼 화장품 배합이 잘되는지 테스트를 거쳐야 해요. 이와 연동되는 앱의 개발도 완료해야 되고요. 그래도 자신이 있어요. 앞으로 색조 화장품뿐 아니라 피부, 보디, 헤어제품까지 영역을 넓혀 K뷰티와 관련된 한국만의 관광 기념품으로도 개발할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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