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희야 이모가 꺼내주지 못해서 미안해 미안해…. 하늘에선 괴롭고 외로운 거, 아프고 무서운 거 그런 거 없이, 편안하고 따뜻하고 포근하길 기도하고 또 기도할게.’
4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의 한 아파트 2층 문 앞에 놓인 메모 내용이다. 메모는 꽃게맛 과자 봉지에 붙어 있었다. 국화 한 송이도 나란히 있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4월 고준희 양(당시 5세)이 숨질 당시 살았던 곳이다. 바로 준희 양의 아버지 고모 씨(37·구속)의 집이다. 메모는 준희 양의 다른 친척이나 가까운 이웃이 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0시 20분 아파트에서는 준희 양 사망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이 열렸다. 고 씨는 점퍼에 달린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채 아파트 단지에 나타났다. 동거녀 이모 씨(36)는 건강을 이유로 현장검증을 거부했다. 고 씨는 지난해 1월 29일 친모로부터 딸을 데려온 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차례 폭행한 장면을 재연했다. 그는 아파트 주방에서 쇠로 된 30cm 크기의 자로 작은 마네킹을 수차례 때리고 발목을 여러 차례 짓밟는 모습을 반복했다.
현장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몰려들어 “살인자다. 얼굴을 공개하라”고 소리치는 등 고 씨를 비난했다. 한 아이 엄마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저런 몹쓸 짓을 저지를지 꿈에도 몰랐다. 사람이 너무 무섭다. 이웃 아이에게 관심을 더 가져야겠다”고 말했다.
현장검증은 낮 12시 20분 전북 군산시 내초동 야산에서 계속됐다. 고 씨가 딸의 시신을 매장한 곳이다. 시신 유기 장소 근처에는 한 주민이 가져온 초코파이와 딸기우유가 놓여 있었다. 현장검증을 보러 온 주민은 “손녀 같은 준희가 너무 불쌍해서 가져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5일 고 씨와 이 씨, 이 씨의 어머니 김모 씨(62)를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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