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전 앞 주차, 엄두도 못내는 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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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막는 불법주차에 無관용을]민간업체에도 불법주차 단속권한
반발땐 공무방해로 엄격한 처벌… 1km당 불법주차 24.2→ 9.8대로

비워둔 일본 3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 거리에 주차한 차량들. 소화전 앞(빨간 점선)에는 주차가 
가능하다는 흰색 실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아무리 바빠도 소화전 앞에 주차하는 운전자는 없다. 실제로 새해 연휴에 쇼핑 관광 
등으로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소화전 앞은 항상 비어 있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비워둔 일본 3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 거리에 주차한 차량들. 소화전 앞(빨간 점선)에는 주차가 가능하다는 흰색 실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아무리 바빠도 소화전 앞에 주차하는 운전자는 없다. 실제로 새해 연휴에 쇼핑 관광 등으로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소화전 앞은 항상 비어 있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1993년 12월 일본 도쿄(東京) 외곽 히노(日野)시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20대 여성의 방화로 두 아이가 목숨을 잃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남편과 불륜 관계인 여성이 부부가 없는 사이 들어가 불을 지른 것이었다. 이후 언론 취재에서 소방차가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도착이 늦어 목숨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더 큰 논란이 됐다.

고도성장기 자동차가 급증한 일본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처럼 불법주차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차대란이 벌어져 긴급 사태 때 소방차나 구급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일이 연달아 발생했다. 불법주차는 도로 정체와 교통사고 증가로도 이어졌다. 불법주차 문제가 극에 달했던 1990년 오쿠다 게이와(奧田敬和) 국가공안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라면 모두가 질식해버릴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일본은 1962년 일찌감치 차고증명제를 도입해 자동차를 살 때 주차장 보유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대도시에 국한했고 경차가 제외되는 등 예외가 많아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 타인 명의로 가짜 차고증명을 만들어주는 등 탈법행위도 성행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법을 개정해 1991년부터 경차에도 차고증명을 의무화했다. 차고 증명 스티커 부착 의무화, 차고 변경 신고 의무화 등 더 강도 높은 조치도 시행했다. 위반 시 처벌도 대폭 강화했다. 자동차업계와 주택 건설업자들은 비명을 질렀지만 국민 위기의식이 더 강했다. 그 결과 도쿄도 내 노상에 일시 주차해 놓은 차가 1년 만에 23만 대에서 19만 대로 줄어드는 등 눈에 보이는 성과를 냈다.법 시행에 맞춰 자치단체와 지역 경찰도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냈다. 일부에선 위반 차량에 대한 바퀴 고정 장치도 도입했다. 소방서 경찰서 등 관계기관이 모여 대책회의도 열었다.

자신감을 얻은 일본 정부는 2006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민간업체에 주차 위반을 단속하는 권한을 주는 제도를 신설했다. 또 운전자를 특정하지 못할 경우 차량 소유주에게 벌금을 물리는 조치도 시행했다. 초반에는 “네가 뭔데 단속이냐”며 민간 주차감시원을 폭행하는 등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공무집행 방해로 엄격하게 처벌하며 법을 집행한 결과 반년 만에 전국 주요 도로의 km당 불법주차 대수가 24.2대에서 9.8대로 급감하는 성과를 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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