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란다 시라란코 씨(38·사진)의 한국 생활은 올해로 16년째다. 스물세 살이던 2003년 태국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던 시라란코 씨는 지금의 남편(45)을 만나 한국에 왔다. 2년 후 아들을 낳고 세 사람은 소박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2008년 첫 위기가 닥쳤다. 일용직 근로자였던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후유증 탓에 남편은 지금도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 다행히 시라란코 씨가 일자리를 찾았다. 사단법인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광주 광산구)에서 통역상담원으로 일하게 됐다.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는 정부로부터 해외 근로자 상담 업무를 위탁받은 곳이다. 전국의 민간단체 30여 곳이 비슷한 절차를 거쳐 외국인 근로자를 지원하고 있다.
하루 8시간의 근무시간 동안 광주 지역 태국인 근로자 500여 명에게 통역을 해주고 입국이나 귀국 절차를 돕는다. 만약 태국인 근로자가 급한 일로 병원이나 경찰서 등에 가면 한밤중이나 새벽에도 나가서 통역했다. 그렇게 동포들의 손발 역할을 10년 동안 했다.
그러나 3일 시라란코 씨는 정든 일터를 떠났다. 그는 매년 근로계약서를 새로 작성하며 일했다. 지난해 12월에도 똑같이 계약서를 썼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갑자기 “더 이상 함께 일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해고 통보였다. 사정은 이렇다. 지난해 시라란코 씨는 매달 134만 원의 월급을 받았다. 110만 원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을 통해 지급된 정부 지원금이고 나머지는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가 부담했다.
9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시라란코 씨처럼 외국인 근로자 통역을 지원하는 민간단체 통역상담원은 전국적으로 59명이다. 그런데 올해 책정된 지원예산은 52명 몫인 9억8200만 원에 불과하다.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민간단체들은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 통역상담원의 저임금 실태가 불거진 뒤 최저임금 준수가 기본 조건이 됐다.
문제는 올해 최저임금이 월 157만4000원으로 인상되고 지원금만으로 인건비를 충당하게 되면서 정부의 예산 부담이 커진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매년 심사를 통해 상담원 재계약을 조정한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대환 외국인근로자지원단체 전국연합 대표(58)는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상담원 전체를 재계약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인건비 지원이 안 되는 상담원을 단체들이 자체적으로 계약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라란코 씨는 아직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했다. 남편은 간간이 아르바이트로 30만∼40만 원을 버는 형편이다. 은행 대출은 꿈도 꿀 수 없다. 이날 한 카페에서 만난 시라란코 씨는 “생활비는 물론이고 중학교에 가는 외아들 교복비는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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