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국지리는 지루한 과목이었다. 지도를 보며 지역적 특징을 외우는 암기 과목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충주고등학교 한국지리 수업은 달랐다. 달달 외우는 수업이 아니라 생생한 체험 위주 수업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5월 한국지리 교과서의 ‘지형환경과 생태계’ 단원을 배울 당시였다. 독도와 울릉도를 직접 방문해 울릉도 해안 지형인 ‘돌리네’를 직접 보고 해당 생태계 탐구를 했다.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녹아서 깔때기 모양으로 오목 파인 돌리네를 직접 눈으로 보니 외우지 않아도 단번에 이해가 됐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전해주는 상쾌한 기운은 덤이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충북 단양 지역에서 지질 탐방 교육(GEO edu)을 진행했다. 단양에서 관찰되는 습곡, 단층, 부정합 등의 구조를 배운 뒤 직접 지형을 관찰했다. 두족류, 산호, 필석 등 화석도 함께 공부했다. 이어 12월에는 한국 제철의 산물인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소를 방문해 ‘다양한 우리 국토’ 단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수업 시간에 배운 지역의 특징을 직접 탐방해 보니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반복 학습이 되는 것 같았다.
‘교실 밖’ 지리 수업과 동시에 ‘교실 안’ 프로젝트 수업도 이뤄진다.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수업 계획을 짜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우리 국토’ 단원을 예로 들면 팀을 나눠 팀원별로 파워포인트, 학습지, 손수제작물(UCC)까지 각각 만들어 수업을 맡아 진행한다. 선생님이 되어 수업을 해 보고, 친구들과 토론을 하다 보면 교과서가 머릿속에 사진처럼 각인되는 것만 같다.
한국지리 과목의 ‘수업 바꾸기’ 실험으로 학생들이 보다 능동적인 배움의 자세를 갖게 된 것은 최고의 소득이다. 그간의 이론 위주의 사회교육을 소통 중심의 학습으로 바꾸는 이런 실험을 통해 충주고는 올해부터 사회 중점학교로 지정되기도 했다.
정우성 충주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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