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직원 처우는 대기업과 너무 달라요. 육아휴직이라도 의무적으로 쓰게 했으면 좋겠어요.”(A 씨·32·여·인천)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근로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부가 적극 개입해주세요.”(B 씨·28·강원)
청년들은 일자리를 늘리기보단 질을 높이는 정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전국 18∼34세 청년 1600명에게 ‘선호하는 청년 고용정책’을 물었다. 그 결과 일자리의 질을 높여 달라는 답변이 57.3%(중복 응답)로 가장 많았다. 일자리를 늘리거나(42.8%) 다양한 유형의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31.7%)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여 달라(30.4%)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직장을 고를 땐 회사의 인지도가 아닌 업무량과 ‘칼(정시)퇴근’을 중시했다. 청년이 바라보는 ‘일자리의 질’은 곧 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직장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조건은 임금과 복지 수준(38.3%)이었다. 하지만 △적성·전공·흥미와 맞는지(20.8%) △근로시간과 업무량이 지나치지 않은지(9.4%) △업무환경과 출퇴근시간이 적절한지(8.9%) 등 워라밸을 고려한다는 응답이 2∼4위를 차지했다. 이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8.8%)이나 인지도(7.8%)를 중시한다는 응답을 압도했다. 이런 경향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대학 재학 이상보다 고졸 이하 집단에서 더 두드러졌다.
하지만 자신이 좋은 일자리를 구할 것이라고 믿는 청년은 많지 않았다. 부모 세대보다 괜찮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은 53.6%로 절반을 약간 넘었다. 기업이 능력 중심으로 채용하고 그에 따라 임금을 준다는 데 동의한 비율은 43.2%에 불과했다. 지원자가 성별과 무관하게 평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응답은 33.0%였다.
이런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중복 응답)로 ‘청년의 고용과 삶을 연구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총괄기관’을 꼽은 응답이 90.8%로 가장 많았다. 청년 지원을 위한 별도의 법률 제정(89.3%)과 청년 특화 고용지원센터 설립(87.9%)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기존 고용정책에 청년을 포함시키는 게 아니라 청년만을 위한 특화된 제도와 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송민선 고용부 청년고용기획과장은 “청년의 목소리를 더 구체적으로 담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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