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식품회사가 페미니즘을 다루며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패러디한 광고를 게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최근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된 페미니즘을 비꼬는 듯 보인다는 이유다. 사측의 사과에도 비판 여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롯데푸드는 지난 13일 자사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패러디한 광고 사진을 올렸다. 사진을 보면 한 여성이 ‘82년생 김지영’을 패러디한 ‘83년생 돼지바’라는 책을 읽고 있다. 표지에는 “사람들이 나한테 ‘관종(인터넷에서 다른 이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이를 비꼬는 말)’이래”라는 문구가 적혔다. ‘82년생 김지영’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나더러 ‘맘충(Mom+蟲·공공장소 등에서 자기 자식만 생각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어머니를 비난하는 말)’이래”라는 문장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 같은 광고에 일부 누리꾼은 “롯데푸드가 여성차별 문제를 담고 있는 소설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해 페미니즘을 조롱했다”고 불쾌해 했다. 특히 ‘관종’이라는 단어를 문제 삼았다. 페미니즘 지지자들을 ‘관종’으로 비하했다는 것. ‘돼지바’에서 연상할 수 있는 ‘돼지’라는 이미지도 문제였다. 페미니즘에 반발하는 일부 누리꾼들이 페미니스트를 두고 ‘뚱뚱하고 게으른 여성’으로 비하하는데, 이 같은 인식을 패러디에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롯데푸드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 “여성들이 고통 받고 억압받았던 현실이 웃긴가. 그 책이 어떤 책인데 ‘돼지’니 ‘관종’이니 이런 수식어를 가져다 붙이나”라고 반발했다. 어떤 이는 “돼지바 마케팅 자체는 신선해서 좋지만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비애를 담은 책으로 패러디 하시는 건 많이 경솔한 것 같다”며 “대한민국에서 입지가 큰 대기업인 만큼 진정성 있는 사과와 향후 행보로 저희의 실망을 보답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밖에 많은 누리꾼이 “이제부터 돼지바 불매 운동할 것” “‘83년생 김지영’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그냥 이슈 된 책이라고 가져다 쓴 건가” “페미니즘이 큰 논제로 떠오르는 와중에 페미니즘 책을 패러디하고 팔로워 2만 명 가까이 되는 공식 계정에 올린 롯데푸드” “회사 이미지에 먹칠 대단하다” “재미도 좋지만 그걸 보는 사람들 입장도 생각해 달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롯데푸드는 같은 날 문제가 된 게시물을 삭제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롯데푸드는 “베스트셀러의 패러디라는 요소에 집중한 나머지 책의 내용이 담고 있는 요소에 대한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 여러분이 지적하신 대로 저희의 잘못이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종’이라는 용어는 그 동안 돼지바 관련 콘텐츠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왔기에 고객들의 관심을 얻고자 노력하는 롯데푸드 콘텐츠 제작팀의 노력을 어필하고자 해당 용어를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온라인상의 은어로 인식했기에 해당 용어가 줄 수 있는 부정적 메시지를 넓게 고려하지 못했다. 절대 특정 성향에 대한 편견, 혐오 등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나 용어 선택이 신중하지 못했던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문이 올라온 뒤 현재까지 비판 여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롯데푸드의 인스타그램 댓글란에서는 페미니즘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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