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강정훈]요동치는 ‘낙동강 광역단체장’ 선거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6일 03시 00분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대선 출마를 위해 경남도지사를 중도사퇴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도지사 선거전의 한쪽 ‘안개’가 걷혔다. 민선 창원시장을 지낸 박완수 한국당 의원(창원의창)이 선거를 5개월 앞두고 전격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김해을)과 박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각 당의 선두를 유지하며 ‘쌍수=상수(常數)’로 여겨졌다. 도지사 적합도도 높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박 의원은 14일 “시민과 약속한 국회의원직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에는 훌륭한 인재가 많고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당과 지역 발전, 그리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한국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선거 전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2012년, 2014년 경남도지사 당내 경선에서 박 의원과 겨뤄 승리해 갑(甲)의 처지였던 홍 대표가 갑갑하게 됐다. 측근인 윤한홍 의원(마산회원)을 내세우려 했으나 본인 의지가 뚜렷하지 않다. 홍 대표는 윤 의원을 ‘불이 붙지 않는 장작’이라며 사실상 후보군에서 제외했다. 윤영석 의원(양산갑)과 안홍준 김영선 전 의원, 강민국 도의원 등도 필승카드로 여기지 않는 눈치다. 이제 기초단체장을 포함해 두루 후보를 찾아야 하는 형편이 됐다.

경남은 부산과 함께 ‘낙동강 전선’의 전략적 요새 중 한 곳이다. 부산시장 후보 선발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홍 대표의 고민이 커졌다. 광역단체장 후보는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민주당도 작전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박 의원이 출마하면 문재인 대통령 ‘복심(腹心)’인 김 의원을 차출할 여지가 있었다. 한국당에서 박 의원 징발의 명분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두 사람은 모두 초선. 현 상황에서 김 의원이 중도사퇴에 따른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 출마를 강행할 이유는 없다. 역풍도 우려된다.

출마 구도가 이같이 흘러가면서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 경쟁에서는 공민배 전 창원시장이 다소 유리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는 1년 가까이 바닥을 훑고 있다. 한국당을 탈당하고 9개월간 무소속으로 있다가 15일 민주당 입당이 결정된 권민호 거제시장 가세 여부는 변수다. 동분서주하는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도 주목할 대상이다.

그렇다면 박 의원의 속내는 무엇일까. 차분한 성격에 원칙론자인 그가 중도사퇴를 무엇보다 부담스러워했다는 전언이다. 그는 선출직 중도사퇴에 부정적인 의견을 자주 냈다. 우리 정치의 폐해인 ‘중도사퇴-보궐선거’ 악순환을 차단하려는 그의 의지는 높이 살 만하다. 다만 도지사가 필생의 꿈이었다는 점에서 그가 당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현실적인 판단을 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명분축적용 숨고르기로 보기도 한다. 여론 향배와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출마자들의 요구, 중앙당 명령에 따라 반전 드라마를 다시 쓸지 모른다는 것이다. ‘범부(凡夫)의 일생보다 더 긴 것이 정치의 하루’라는 말이 괜히 나오기야 했겠는가.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
#홍준표#경남도지사#박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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