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턴가 수호랑과 반다비 캐릭터 상품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수호랑과 반다비는 각각 2018 평창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대회)의 마스코트입니다. 수호랑은 백호(白虎)를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수호’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의미입니다. ‘랑’은 호랑이와 강원도 정선아리랑의 ‘랑’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백호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의 마스코트였던 ‘호돌이’와 연속성을 지니면서, 백의민족이 주최하는 설원의 축제라는 이미지와 잘 어울립니다. 반다비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며 강원도를 대표하는 반달가슴곰을 모티브로 삼았으며 의지와 용기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 긴장 고조로 평창 겨울올림픽이 과연 제대로 열릴 수 있을까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과 후속 실무회담을 계기로 꽁꽁 얼었던 남북관계가 서서히 풀리고 있습니다.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은 선수단을 비롯해 응원단, 관현악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 대규모 인원을 파견할 것이라고 합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적극적인 협조하에 개폐회식에서 남북 공동 입장은 물론이고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남북 단일팀 구성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는 정치·군사력을 앞세운 하드파워 외교보다는 문화, 예술 등을 통해 매력을 확산시키고 공감을 얻어내는 소프트파워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오늘날 스포츠는 소프트파워 외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남북 사이의 첫 해빙은 1970년대 초반에 있었지만 스포츠 교류의 물꼬가 트인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입니다.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현정화(남)와 리분희(북)를 앞세운 남북 단일팀이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중국을 꺾고 우승했던 감동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해 여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도 남북 단일팀이 출전했으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및 아오모리 겨울 아시아경기대회,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5년 마카오 동아시아경기대회,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및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2007년 창춘 겨울 아시아경기대회 등의 개막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남북이 공동 입장했습니다. 그 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스포츠 교류도 전면 중단됐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 군사적 긴장과 관계없이 스포츠와 문화 교류는 중단 없이 지속될 수 있을까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수호랑과 반다비에 담은 평화와 화합의 염원이 널리 퍼져 얼어붙은 한반도에 햇살이 비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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