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임의 유작 ‘꽃의 내부’… 8억들여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
2016년 태풍 강타후 녹슬어
區 “전문가 복구 어렵다고해 결정”
시민들 “유명작품 관리소홀” 비판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8억 원을 들여 설치했던 세계 유명 예술가의 작품이 부서지고 녹슬었다는 이유로 폐기 처리됐다. 이 작품은 미국 설치 미술의 거장(巨匠)인 데니스 오펜하임(1938∼2011)의 유작(遺作)이다. 오펜하임은 1988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IMPERSONATION STATION’이라는 작품을 설치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17일 부산 해운대구 관광시설사업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1∼17일 해변가에 설치돼 있던 오펜하임의 작품 ‘꽃의 내부’를 철거했다. 작품을 이루던 철골은 고철로, 플라스틱은 폐기물로 각각 처리했다.
‘꽃의 내부’는 2011년 3월 해변에 설치됐다. 가로 8.5m, 세로 8m, 높이 6m 규모의 조형물로 해변을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야간에는 조명을 받아 다양한 색깔을 드러내며 꽃의 아름다움을 황홀하게 표현했다.
해운대구는 2009년 “해운대해수욕장에 포토존이 될 만한 작품을 찾아 달라”고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에 의뢰했다. 조직위는 국제 공모를 거쳐 이 작품을 최종 선정한 뒤 설치도 했다. 여기에 예산 8억 원이 들어갔다. 관리는 해운대구가 맡았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긴 시간 바닷바람을 맞아서인지 작품 곳곳이 부러지거나 휘어지고 녹슬었다”며 “특히 2016년 10월 태풍 ‘자바’가 강타한 이후 변형이 너무 심해 보기에 불편하다는 민원이 빗발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구는 지난해 2월 부산미술협회 관계자와 현장을 둘러보며 복구 여부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한 뒤에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이 철거되자 세계적인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부산 곳곳에 설치된 야외 미술 작품은 총 90여 점으로 46점이 해운대 일대에 있다. 이 중 ‘꽃의 내부’를 제외한 45점은 부산비엔날레조직위가 관리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평소 보수 작업을 할 때는 사전에 작가와 협의한 뒤에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의뢰해 연간 4번 정도 작품 보수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야외 설치 미술품은 작품 변형이 심하기 때문에 작품 관리에 공을 많이 들인다는 것. 조직위 측은 “해운대구가 유지보수 사안을 우리와 협의하지 않은 점도 문제지만 오펜하임의 유족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건 매우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 측은 “나름대로 관리는 열심히 했지만 전문성이 부족했던 건 인정한다”며 “작가가 이미 작고한 상태란 것을 알았지만 미처 연락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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