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판사때 피고인 상습 술대접 받고도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9일 03시 00분


공판기일만 알려줬다는 진술 이유… 재판부 “재판 청탁 가능성 낮아”

판사 시절 재직 중인 법원의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던 피고인에게서 수백만 원어치 술 접대를 받은 변호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창제)는 알선수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변호사(41)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변호사가 청주지법에서 근무하던 2013년 7∼11월 청주지법 내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던 이모 씨(40)에게서 모두 9차례에 걸쳐 630만 원어치의 술 접대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김 변호사는 연수원 동기인 박모 변호사(43)로부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 씨를 소개받아 서로를 형님, 동생이라고 부르며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이 씨로부터 ‘재판 청탁’을 받았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이 씨가 법정에서 “청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고, 공판기일이 언제라는 점 외에는 김 변호사에게 사건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 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 씨는 2014년 4월 청주지법에서 6400억 원어치 가짜 세금계산서를 무단으로 발행한 혐의로 징역 5년, 벌금 640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형이 확정돼 교도소에서 복역하며 김 변호사에게 접대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2016년 10월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김 변호사는 2014년 2월 청주지법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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