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들의 발이 되어준 ‘100원 택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3일 03시 00분


전남 22개 시군서 작년 101만명 이용, 벽지 노인 등 1명당 年 2.5회 승차
100원 버스-1000원 버스도 운행

전남 보성군 벌교읍 징광리 개곡마을은 읍 소재지에서 10km가량 떨어진 오지다. 주민 32명 중 15명이 노인이다. 하지만 버스 승강장은 마을에서 800m 거리에 있다. 버스 이용이 어려운 노인들은 몸이 아파도 택시비(약 1만 원) 부담에 읍내 병원을 쉽게 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불편은 2014년부터 사라졌다. 택시요금이 100원인 행복택시 운행이 시작된 것이다. 주민 이정열 씨(62)는 “버스 승강장 가는 길이 경사져 겨울에는 낙상 위험이 컸는데 행복택시 운행으로 걱정이 사라졌다. 행복택시가 노인들 생활에 큰 활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성군은 2014년 10월부터 교통약자인 노인, 임산부 등이 요금 100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행복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행복택시 118대가 운행하는 곳은 버스 승강장이 800m 이상 떨어진 오지마을 41곳이다. 이 마을들은 주민 수에 따라 매달 행복택시 쿠폰을 30∼180장 지급받고 있다. 임오모 보성군 경제산업과장은 “교통약자의 발이 되는 100원 택시를 전남에서 처음 운행했는데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시는 이달부터 100원 택시를 운행한다. 대상은 버스 승강장이 1km 이상 떨어진 월산, 상계, 장재, 오감마을 등 4곳이다. 목포시도 매달 75세 이상 홀몸노인과 임산부 등 660명에게 택시요금 할인 쿠폰 2장을 지급하고 있다. 이번에 목포시가 100원 택시를 운행하면서 전남 22개 시군은 모두 교통약자를 위한 100원 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전남지역 100원 택시 1500여 대는 오지마을 745곳을 연결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100원 택시를 이용한 승객이 하루 2780명, 연간 101만 명으로 추정돼 지역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전남지역 노인 인구가 40만8451명인 것으로 감안하면 노인 한 명당 연간 2.5회 이용한 것이다. 전남도가 지난해 주민 2697명을 대상으로 100원 택시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83%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전남지역 자치단체들은 농어촌 인구 고령화, 인구 감소에 대처하고 교통약자 이동권리를 높이기 위해 100원 택시 이외에 100원 버스, 1000원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순천시는 올 3월부터 초등학생 1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100원 시내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현재 초등학생 시내버스 요금은 650원. 교통카드를 이용할 경우 100원을 할인받아 550원을 낸다. 하지만 3월부터는 교통카드를 이용한 초등학생 버스요금은 450원이 할인된 100원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초등학생 교통비 부담을 줄이고 아동친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방안으로 100원 시내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곡성·영암·고흥·보성군은 1000원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1000원 버스는 요금을 거리 등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1000원(성인 기준)만 받는 것이다. 남창규 전남도 도로교통과장은 “100원 택시 등 약자를 위한 대중교통 수단은 지역별 특성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 노인 인구가 21.5%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인 전남에서 100원 택시는 삶의 질 향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00원 택시#행복택시#1000원 버스#100원 시내버스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1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