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시중은행들이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입찰이 있습니다. 서울시 금고(金庫)은행 입찰입니다.
서울시 금고은행, 즉 시금고는 인구 1000만 명인 서울시의 ‘돈주머니’를 관리합니다. 여기에서 낙찰받으면 내년 1월부터 4년 동안 시 예산과 기금을 맡습니다. 서울시 한 해 예산은 기금을 포함해 31조8000억 원에 이릅니다. 세금이 들어오는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9조∼10조 원이 금고에 들어있습니다. 주거래은행이 되는 만큼 서울시 공무원이나 유관기관 관계자를 고객으로 확보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지난 103년간 시금고는 우리은행이 맡아 왔습니다. 우리은행의 역사는 종로에 한국 최초 근대 금융기관인 대한천일은행이 들어서는 1899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종황제가 하사한 내탕금(內帑金·황실자금)을 자본금으로 했습니다. 1915년 3월부터 서울시(당시 경성부) 금고 관리를 맡은 이래 조선상업은행, 상업은행, 한빛은행, 우리은행으로 이름은 바뀌었지만 시금고 역할은 이어져 왔습니다.
다른 시중은행의 불만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의계약 형식으로 계속 한 은행과만 계약을 맺는 데 따른 불만이었습니다. 서울시가 1999년 경쟁입찰제를 도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이때도 한빛은행 점수가 제일 높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후로도 시금고 자리는 우리은행이 수성(守城)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상반기 ‘빅 매치’를 앞두고 다른 은행의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수탁은행 복수(複數)화를 규정했다더라” “앞으로는 서울시에 제1금고, 제2금고가 생긴다더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2014년 개정된 지방재정법에 ‘지방자치단체의 시금고는 2개를 초과할 수 없다’라는 조항이 새로 생겼다는 데 있습니다. 시금고를 2개 둘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게 된 겁니다.
오해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22일 행안부에 따르면 2014년 개정 당시 지방재정법에는 시금고 규정이 명확히 없었습니다. 보통 지자체는 한두 은행을 금고로 이용하는데 3개 이상 은행에 돈을 넣는 지자체가 있어 ‘2개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을 넣었다는 겁니다. 그래도 은행들은 들떠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은행들의 뜨거운 경쟁 속에 서울시의 고민도 깊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금고를 1개로 할지, 2개로 할지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 잡음이 일지 않도록 철저히 입찰공고를 준비해 1월 말 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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