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회사원 A 씨. 직장 내 생활은 원만했고 가족 간 관계는 좋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A 씨는 “허무하다” “하늘나라가 있을까”라는 말을 자주 내뱉었다. 점차 살이 빠졌다. 주변 지인들을 한 명씩 만나 “고맙다”고 했다. 가족들은 A 씨가 투신자살을 한 뒤에야 그의 말과 행동이 자살을 암시하는 ‘신호’임을 알게 됐다.
정부는 자살자의 이런 ‘신호’를 찾아내 자살을 예방하는 ‘자살예방 게이트키퍼(gatekeeper)’를 100만 명 양성하기로 했다. 또 자살자 7만 명에 대한 ‘심리부검 빅데이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23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범정부 차원의 ‘자살예방 행동계획’에 따르면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는 가족과 친구, 이웃 등 주변인의 자살위험 신호를 재빨리 인지해 전문가에게 연계하도록 훈련받는다. 우선 홀몸노인 생활관리사와 간호사 등 복지서비스 인력 9만4000명을 교육해 게이트키퍼로 양성한다. 이후 교사, 공무원 등 100만 명을 차례로 게이트키퍼로 양성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2012∼2015년 자살 사망자 121명을 조사한 결과 93.4%가 자살 전 경고 신호를 보냈다. 반면 유족의 81%는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게이트키퍼 양성을 통해 인구 10만 명당 25.6명(2016년 기준)인 자살률을 2022년까지 3분의 2 수준(17명)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자살 예방 ‘빅데이터’도 처음으로 구축한다. 정부는 최근 5년(2012∼2016년)간 자살자 7만 명을 전수 조사하고 심리부검을 하기로 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일본이나 핀란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정책으로 자살률이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다만 게이트키퍼 양성과 심리부검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우울증 등 개인의 정신질환과 질병뿐 아니라 소득격차, 빈곤, 경쟁 등 다양한 사회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 하규섭 서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근본적으로 자살은 문화적 현상이기 때문에 생명을 존중하며 최선을 다해 사는 문화가 사회에 확산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를 낸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에 대해 ‘2진 아웃’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를 한 번 내면 영업정지, 두 번 내면 사업자 등록을 취소하고 3년 내 등록을 못 하도록 법규를 개정할 방침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