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인구-결혼건수 동반 추락… “5년뒤엔 출생아 20만명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5일 03시 00분


[만성화된 ‘출산 절벽’]‘12개월 연속 출산 10%대 감소’ 충격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으로 4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당장 급한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오랜 기간 방치했기 때문이다. 5, 6년 뒤면 연간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곤두박질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문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12월 이후 월간 출생아 수 감소율이 12개월 연속 10%대에 이른 것은 전례가 없는 출산 재앙이다. 외환위기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았던 2001년과 2002년 연간 출생아 수가 직전 연도보다 10% 이상 감소하기도 했지만 월간 감소율이 이렇게 오랜 기간 10%대에 이르지는 않았다. 일자리 문제, 주거 불안 등으로 젊은층이 대부분 결혼을 꺼리는 상황에서 30대 초반 여성 인구가 줄어들면서 저출산의 굴레에 빠진 셈이다.

문제는 이런 저출산 추세가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월간 출생아 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1월만 해도 출생아 수는 6만1229명에 이르렀다. 이후 출생아 수가 감소세를 보여 지난해 11월에는 2만7000명까지 떨어졌다. 통계가 작성된 215개월 동안 월별 출생아 수가 2만 명대였던 것은 단 5개월뿐이었지만 그중 4개월이 지난해에 몰려 있다.

통계청은 당초 미래 인구를 추정하면서 2026년 정도 돼야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하지만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가 36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구 감소 폭이 과학적 추계를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되는 셈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구학)는 “이런 추세라면 2023년에는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산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인 30∼34세 여성 인구는 2014년 194만9000명에서 지난해 166만8000명으로 28만1000명(14.4%) 줄었다. 현재 30∼34세인 여성은 산아제한정책이 뿌리내렸던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은 1983년 2.1명에서 2016년 1.17명으로 떨어졌다.

혼인 건수도 2012년부터 꾸준히 줄고 있다. 2014년(―5.4%)과 2016년(―7.0%)은 특히 많이 줄었다. 지난해 1∼11월 혼인(23만6900건)은 전년 동기(25만3200건)보다 6.4% 감소했다.

출산 전제조건이 붕괴되면서 출생아 수 감소는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거 문제, 노동시장 문제 등 거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인구구조 문제까지 맞닥뜨렸다”며 “젊은층의 가치관도 과거와 달라 출산 저하를 막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과 생활의 균형, 특히 여성의 삶의 질 향상에 적극적으로 정책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최혜령 기자
#출생아수#저출산#출산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