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서 뛰어놀고 코딩 배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5일 03시 00분


달라진 마포중앙도서관 아이들 북적
2층엔 놀이터 같은 어린이 자료실… 5층 특기적성실선 다양한 수업
저소득층 어린이들은 무료 수강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마포중앙도서관을 찾은 학생들이 공예품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 도서관은 예술, 문학을 비롯한 200개 강의를 개설해 저렴하게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마포구 제공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마포중앙도서관을 찾은 학생들이 공예품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 도서관은 예술, 문학을 비롯한 200개 강의를 개설해 저렴하게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마포구 제공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마포중앙도서관 2층 어린이자료실에 들어서자 지구본 모양의 높이 4m 대형 미끄럼틀이 눈길을 끌었다. 언니 따라, 엄마 따라 도서관에 온 아이들은 미끄럼틀 주변을 뛰어다니며 웃어대다가 푹신한 매트리스에 누워서는 책을 소리 내어 읽었다. 동네 놀이터 같았다.

마포중앙도서관은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마포구청이 신청사로 옮겨가면서 그 자리에 지어졌다. 지하 2층, 지상 6층(연면적 2만229m²)으로 25개 자치구 129개 구립도서관 중 가장 크다. 다른 보통 구립도서관처럼 2층에는 어린이도서관이 있고, 3, 4층에는 성인이 책을 읽는 자료열람실이 있다.

그러나 이 도서관은 ‘조용히 책을 읽는 곳’만은 아니다. 어린이자료실은 신을 벗고 들어간다. 책상 밑에 들어가 책을 읽어도, 뛰어놀아도 혼내는 직원이 없다. 김현수 군(9)은 “놀이터 대신 이곳에 오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책, 저 책 꺼내 읽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고 말했다.

5층도 학생으로 붐볐다. 도서관을 지을 때 “부모 소득과 상관없이 꿈꾸고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구의 의지가 실현된 공간이다. 5층 전체를 크고 작은 12개 교실로 이뤄진 특기적성실로 꾸몄다. 3개월마다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배우기, 웹툰 그리기 등 다양한 수업이 열린다. 이날도 학생 50여 명이 각기 다른 방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있었다. 교실마다 “선생님, 저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표정도 밝았다.

구는 지난해 12월 강의 200개를 개설했다. 저소득층에게서 먼저 수강 신청을 일주일가량 받았다. 이어 다른 주민의 신청을 받았다. 저소득층 자녀가 우선 배울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정원쿼터제다.

수강료도 강좌별 9만∼20만 원으로 저렴하다.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정 아이는 전액 무료다. 차상위계층과 1∼3급 장애인은 수강료를 30∼70% 감면받는다. 이날 5층에서 만난 박시훈 군(12) 엄마는 “사설 코딩학원은 월 수업료만 50만 원을 넘어 애를 보내는 건 꿈도 못 꿨다. 즐겁게 배우는 아들을 보니 그저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애가 있어도 상관없다. 발음이 좀 어눌하고 약간 더듬는 박모현 군(9)은 일반 학원에서는 적응하기 어려웠다. 박 군의 부모는 초등학교 2, 3학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도서관 ‘말놀이, 글놀이, 책놀이’ 수업을 제일 먼저 신청했다. 부모는 “구립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 선생님이 아이에게 더 신경써줄 것 같아 신청했다. 아들이 수업하는 날만 되면 ‘도서관 간다’며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현재 학생 538명이 수강하고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약 100명. 구 관계자는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이들을 위해 다양한 수업과 혜택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3월 수강 신청은 다음 달 3일부터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마포중앙도서관#저소득층#무료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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