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폐교大 학생들 “우리 졸업할 수 있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9일 16시 56분






















#1.
폐교大 학생들 “우리 졸업할 수 있나요?”

#2.
올 8월 전북 남원시에 위치한 서남대 교육대학원 졸업을 앞둔 직장인 김진수(가명 34)씨.
공대를 나와 유통업에서 일해 온 그는 서른 살이 넘어 대학원생이 됐습니다.
오래 전부터 꿈꿔온 전기과목 고교 교사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2년 반 동안 회사에서 야간 근무를 자처하며 학업을 이었습니다.
이제 졸업까지 딱 두 과목만 남은 상태.

#3.
그런데 갑자기 학교가 폐교됐습니다.
졸업을 하려면 인근 학교로 특별 편입학을 해야 합니다.

“폐교 명령 후 교육부는 ‘학생들은 전원 인근 대학 유사학과로 특별편입학되니 걱정할 것 없다.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편입을 포기한 선배도 있다.”

#4.
인근에 전기 분야 교육대학원이 있는 곳은 A대 교육대학원 한 곳 뿐.
문제는 A대가 편입 이전 학교에서 이수한 학점의 3분의 1만 인정한다는 겁니다.
결국 1학년부터 다시 다니는 셈이죠.

#5.
교육부 규정에 따르면 대학이 폐교될 경우 학생들은 인근 대학의 동일·유사학과로 전원 특별 편입됩니다.

하지만 폐교 예정인 서남대와 강원 동해시의 한중대 학생들은 적잖은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6.
서남대생 이모 씨는 특별편입 공지를 원서 마감 3일 전에서야 알았습니다.
그마저도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알게 됐죠.

“우편으로 부치면 혹시 늦어질까 봐 직접 해당 대학까지 달려가 원서를 냈다. 어떻게 학교도 정부도 일정 공지조차 제대로 안 하는지 화가 났다” (이모 씨)

#6.
학생들은 학교까지의 거리나 전공 유사성을 따져보면 편입할 만한 학교가 몇 없고,
편입하더라도 학점 인정 기준이나 커리큘럼이 달라 제때 졸업을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같은 간호학과라도 커리큘럼이나 학점 기준이 달라 예정대로 졸업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손민석 한중대 총학생회장/간호학과)

#7.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학비와 생활비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죠.

“지역 대학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지역 주민의 자녀들이 많다 보니 편입 후 학업 잇기가 쉽지 않은 학생이 많다” (이정학 동해시의원)

2014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대학 구조조정 국정감사 자료집에 따르면 폐교 대학의 경우 재학생의 편입률은 44%.

#8.
학생들은 편입 이후를 더 걱정합니다.
편입한 학교 학생들과 벌어지는 마찰과 감정 싸움 때문입니다.

“편입할 학교 학생들이 우리 학교 학생들의 입학을 반대하며 페이스북이나 학과 관련 카페에 공격하거나 비하성 글을 올려 상처받은 친구들이 많다”(한중대 학생 김모 씨)

#9.
편입 대상 학교 또는 학과의 위상이 높고 경쟁이 치열한 곳일수록
학생 간 갈등은 더욱 심한데요.
최근 전북대 의대 학생과 학부모는 서남대 의대생들의 편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교수진과 교육 시설은 그대로인데 편입생으로 학생수만 늘면 강의는 물론 실습에서도 막대한 차질이 빚어진다”

#10.
“지금과 같은 교육부의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으로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킬 수 없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학생들이 애꿎은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문상준 한중대 광고디자인학과 교수)

학령인구 급감 추세 속에 앞으로 대학 폐교가 증가할 것은 분명합니다.
폐교 대학 및 인근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세심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사진 출처ㅣ동아일보 DB·뉴시스·뉴스1·Pixabay
기획·제작ㅣ김아연 기자·김채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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