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에 불이 났을 때 2층 비상구는 어른 키만 한 목욕용품 수납장에 가려 있었다.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1층 중앙계단 입구에는 문이 없었다. 화재 때 불길과 유독가스를 막아줄 최후의 보루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이런 초보적인 안전수칙을 무시할수록 참사는 더 참혹하다. 정답은 간단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을 확실히 지키는 것이다.
가정과 직장에서 제일 쉽게 쓸 수 있는 소방설비는 소화기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 개정에 따라 모든 가정은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로 구성된 ‘주택용 소방시설’을 갖춰야 한다. 소화기는 초기 화재를 신속하게 진압하는 데 가장 유용하다. 경우에 따라 소방차 한 대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소화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놓아야 한다. 화장실처럼 습기가 많은 곳이나 30도 이상의 더운 공간은 금물이다. 녹이 슬거나 소화분말이 굳어져 분사가 어려울 수 있다. 정기적으로 제조일자를 확인해 10년마다 교체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화재 때 전기가 끊기는 일도 흔하다. 연기 탓에 조명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앞이 보이지 않으면 비상구가 있어도 대피하기가 힘들다. 평소 ‘피난유도등’의 녹색불을 가장 밝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피난유도등은 반드시 비상구와 가까운 곳에 설치해야 한다. 빠른 대피를 위해 비상구 앞과 장애물을 놓아도 안 된다.
백화점과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과 공동주택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옥내 소화전이 화재 진압에 중요하다. 소방차에서 복잡한 건물 내부로 소방호스를 끌고 들어가는 어려움을 덜어준다. 소방대원 도착 전 일반인도 소화전으로 불을 끌 수도 있다. 그래서 소화전 주변에 사용설명서를 비치해 놓아야 한다. 호스도 꼬여 있으면 안 된다. 겨울에는 동파를 막기 위해 보온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다중이용시설에서 소화전 작동을 방해하면 누구나 관할 광역자치단체에 신고할 수 있다. 지자체 기준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한다.
스프링클러는 소화기와 함께 초기 화재 진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이 나오는 분사구(헤드)에 먼지나 이물질이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 물이 실내 곳곳에 빠르게 퍼질 수 있도록 헤드를 캐비닛 등 높은 가구로 막지 말아야 한다. 전문업체에 의뢰하면 전원과 화재 감지, 물 공급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 확산을 막기 위한 방화문 관리도 중요하다. 항상 닫혀 있어야 하는 건 기본. 신속한 대피를 위해 대피 방향으로 열리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최돈묵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교수는 “예상치 못한 재난에 대해 항상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불편함이 있겠지만 공익을 위해 기본부터 잘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