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여성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에 많은 누리꾼들이 분노하고 있다. 특히 많은 여성들은 해당 여검사의 고통에 공감을 표하며, 그의 용기에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사법연수원 33기)는 26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당시 법무부 간부 안태근 검사(52·사법연수원 20기·전 법무부 검찰국장)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갑작스러운 사무 감사를 받으며 그간 처리했던 다수 사건에 대해 지적을 받고, 그 이유로 검찰총장의 경고를 받고,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발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납득하기 어려운 이 모든 일이 벌어진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하던 중 인사발령의 배후에 안 검사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안 검사의 성추행 사실을 당시 최교일 법무부 검찰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앞장서 덮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29일엔 JTBC ‘뉴스룸’에 직접 출연해 “성폭력의 피해를 입었음에도 거의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은 아닌가’, ‘굉장히 내가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했구나’라는 자책감에 굉장한 괴로움이 컸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나와서 범죄 피해자분들께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어서 나왔다. 제가 그것을 깨닫는 데 8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당시 안 전 국장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등의 행위를 상당시간 했지만 그 자리에서 항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주위에 검사들도 많았고 또 바로 옆에 법무부 장관까지 있는 상황이라서 그 손을 피하려고 노력을 했지 그 자리에서 대놓고 항의를 하지 못했다”며 “사실은 제가 결코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이 되지 않았다. 내가 환각을 느끼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방송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첫째,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절대 스스로 개혁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두 번째는 가해자가 최근에 종교에 귀의를 해서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간증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는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세 번째는 범죄 피해자나 성폭력 피해자는 절대 그 피해를 입은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서 검사의 폭로에 많은 누리꾼들이 분노와 울분을 쏟아냈다. 이들은 “너무 눈물이 나고 화가 난다. 여성이 피해자인 범죄에는 너무나 쉽게 피해자를 손가락질 한다(ffreed****)”, “검찰 내에서 성폭행 즉, 강간 사건까지 덮었다고 한다. 그리고 피해자 보고는 잘나가는 남 검사 발목을 잡는 꽃뱀이라고 칭한단다. 우리나라 여권 이렇게 바닥이다(produceJS****)”, “법무부 장관 옆자리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는데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기까지 8년이 걸렸다는 이야기. 법의 사각지대니 인권 사각지대니 하는 말들이 정말이지 부질없게 느껴진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검찰이 법을 이야기하면 그만큼 황당한 일도 없을 것(unknownbeho****)”이라고 개탄했다.
또 많은 누리꾼들이 서 검사가 성추행 사건 당시와 사건 후 겪었던 고통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이들은 “서지현 검사가 사건 당시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한 ‘환각처럼 느껴졌다’는 표현이 어떤 감정인지 정말로 알겠는데, 대부분의 경우 성폭행·성추행·성희롱 현장에 놓인 피해자에게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임. 사고 기능이 마비되는 느낌이랄까(taen****)”, “‘그 순간들이 환각처럼 느껴졌다’는 말이 자꾸 맴돈다. 평소처럼 룸에서 놀듯 여자를 ‘주무르는’ 행동을 방관하는 사람들의 역겨움(nueo****)”, “직장 내 상하 서열관계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의 너무 전형적인 케이스고 피해 당사자로서 공론화하기 어려웠던 이유들 조목조목 다 증언하고 있다. 남자 검사 발목 잡는 꽃뱀 소리까지 2차 가해가 어떻게 벌어지는 지까지 너무 전형적(Kell_****)”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성추행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몇몇 누리꾼들은 “어렸던 나에게 서지현 검사님처럼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검사님 응원합니다.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끝까지 지지하고 힘을 보태겠습니다(transmil****)”, “과거 학원에서 당한 성희롱 성추행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적이 있었던 여학생으로서 서 검사님의 용기에 많이 위로 받고 공감하고 갑니다. 피해자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데 저도 많은 세월이 걸렸네요. 부디 다른 피해자 분들도 스스로를 탓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hury****)”라고 서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에 응원과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다른 누리꾼들도 “성추행 성폭행 하고도 집행유예 흔하게 받는 나라에서 공개적으로 피해를 고발하는 건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검사님 힘내세요 ㅠㅠ(_pit****)”, “서지현 검사가 느꼈을 모든 불의와 검찰조직의 방조, 8년 동안 계속되었을 무력감이 인터뷰 내내 너무 생생하게 다가왔다. 자기 커리어를 걸어서라도 가해자와 부패한 사회을 고발하겠다는 결기가 현실의 모든 성폭행 피해자에게 힘이 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sheep_pi****)”, “서지현 검사님이 겪으신 일들, 그리고 앞으로 겪어 가셔야 할 일들이 정말 까마득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변화의 한복판에 우리도 같이 서 있다는 게 위안과 힘이 되면 좋겠다(thyme__d****)”라며 해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와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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