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저녁이 없는 삶’ 웹툰은 ‘아만자’로 이름을 알린 김보통 작가가 야근에 치여 사는 회사원 강석제 씨(가명)의 사연에서 영감을 얻어 그렸다. 직장인들이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느끼는 감정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동아일보는 매회 기사와 웹툰을 결합하는 ‘웹뉴(웹툰 뉴스)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워라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웹뉴(웹툰 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찾은 일과 삶의 붕괴 실태를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웹툰을 4컷짜리로 싣는다. 기사와 웹툰을 함께 보는 형식이다. 2회 ‘저녁이 없는 삶’ 웹툰은 ‘아만자’로 이름을 알린 김보통 작가가 야근에 치여 사는 회사원 강석제 씨(가명)의 사연에서 영감을 얻어 그렸다. 직장인들이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느끼는 감정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넌 그래도 연봉이 많잖아. 돈 많이 벌면 그게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야!”
평일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 술 한 잔 한다는 건 ‘사치’나 다름없다. 몇 개월 만에 누리는 황금 같은 이 시간을 이놈들과 보내는 게 아니었다.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에 돌아온 건 위로가 아닌 핀잔이었다. ‘니들도 매일 야근해 봐라. 돈이 다 무슨 소용이냐!’라고 빽 소리를 치고 싶었지만 맥주와 함께 도로 삼켰다.
강석제(가명·33) 씨는 이름만 대면 아는 대기업에 다니는 8년차 직장인이다. 출근은 남들처럼 오전 9시다. 그럼 퇴근시간은? 잘 모른다. 정시 퇴근을 바라는 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만큼 허황된 일인지 모른다.
오후 6시가 되면 팀은 바로 2라운드 업무에 들어간다. “저녁 먹고 일하자”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래봤자 퇴근시간만 늦어진다. 연애 초기 “언제 퇴근하느냐”는 여자친구의 재촉이 짜증났다. 지금은 그런 문자메시지라도 받아봤으면 좋겠다. 평일에 여자친구는 알아서 연락을 끊는다. 가족들은 의례 “석제는 일찍 못 온다”며 가족행사에 부르지 않는다.
입사 초기에는 출근과 함께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이제는 그런 쓸 데 없는 일을 절대 하지 않는다. 어차피 오후가 되면 우리 팀장뿐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업무 요청이 쏟아진다. 일의 우선순위가 뒤죽박죽된다. 일의 우선순위는 단 하나다. 닦달하는 상사가 맡긴 일부터 해야 한다.
사실 별다른 일이 없는데도 남아 있는 날들이 적지 않다. 이를 ‘페이스 타임’이라고 부른다. 상사에게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 자리를 지킨다는 얘기다. 팀장이 퇴근하면 경쟁자인 동료들끼리 페이스 타임을 보내기도 한다. “어제 강 대리가 제일 늦게까지 일했다”는 그 한 마디를 듣기 위해.
그렇다고 초과근무수당을 신청하진 않는다. 신청 시스템은 있지만 신청하는 순간 ‘가장 성실한 직원’에서 곧바로 ‘가장 무능한 직원’으로의 추락을 각오해야 한다. 아마도 팀장은 초과근무수당 결재를 올리면 “근무시간에 뭐하고 왜 야근을 하느냐”고 핀잔할 게 뻔하다.
수당 없는 야근에 지친 동료들은 하나둘 회사를 떠났다. 사내에선 “이직할 사람들이 번호표를 들고 서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회사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나갈 사람보다 들어오려는 사람이 더 많아서다. 강 씨의 저녁은 그렇게 ‘안드로메다’로 사라진 지 오래다.
외국계 기업이라고 다를 게 없다. 김연수(가명·35) 씨는 3년 전 공기업을 다니다 외국계 기업으로 옮겼다. 연봉이 1.5배 오른다며 주위에 한 턱 쏘기도 했다. 하지만 이직 이후 환하게 웃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3년 만에 미간엔 ‘내 천(川)’자가 새겨졌다.
지난 주말은 한 시간 내내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프로젝트를 발주한 고객사의 전화였다. 평일 저녁이건, 주말이건 고객사의 전화는 무조건 받아야 한다. 김 씨는 “고객이 요구한 사안을 고객이 요구한 시간에 ‘배달’하는 게 내 일”이라고 했다. 고객사가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고 하는 날엔 비상이 걸린다. 미리 식성을 파악해 맞춤형 식당을 예약해야 하고, 2차 노래방 동선까지 미리 확인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하루도 쉬지 않고 50일 연속 근무를 한 적도 있다”며 “비공식 세계 신기록이 아닐까 싶다”고 자조섞인 웃음을 지었다.
“외국인들이 서울 야경을 보고 예쁘다고 하잖아요. 그걸 우리 같은 근로자들이 야근하면서 만든 거라고 생각하면 참 씁쓸하더군요.”
강승현기자 byhuman@donga.com 유성열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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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18:48:31
야근이 싫으면 회사 그만두고 창업하면 된다.
2018-01-30 18:00:05
그래 이글대로 힘들어서 어쩌자는건데... 일하고 싶지않ㄷ는건가? 일이 너무힘들어 폭삭 늙었다는건가? 일ㅇ많아 개인적으로 즐길시간이 없다는건가? 그래서 죽었나?
2018-01-31 04:24:46
있을순 있다 반세기전 풍속인것같다 확대 비약이 좀 그렇다 극 극소수 회사가 그럴순있겠다 대다수는 아닌것같다 기자분들 논리의 비약은 공감도가 떨어져요 불신조장은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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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18:48:31
야근이 싫으면 회사 그만두고 창업하면 된다.
2018-01-30 18:00:05
그래 이글대로 힘들어서 어쩌자는건데... 일하고 싶지않ㄷ는건가? 일이 너무힘들어 폭삭 늙었다는건가? 일ㅇ많아 개인적으로 즐길시간이 없다는건가? 그래서 죽었나?
2018-01-31 04:24:46
있을순 있다 반세기전 풍속인것같다 확대 비약이 좀 그렇다 극 극소수 회사가 그럴순있겠다 대다수는 아닌것같다 기자분들 논리의 비약은 공감도가 떨어져요 불신조장은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