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개원 차일피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1일 03시 00분


제주헬스케어타운內 작년 7월 준공… 행정절차 마쳤지만 시민단체 반발
제주도, 개설 허가 결정 5차례 미뤄… 보건복지부 “道 결정 존중할 것”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는 제주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의 녹지국제병원. 허가가 미뤄지면서 설립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는 제주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의 녹지국제병원. 허가가 미뤄지면서 설립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30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 녹지국제병원. 핑춘타이(馮春臺) 제주 주재 중국 총영사는 중국 뤼디(綠地)그룹이 투자한 병원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둘러봤다. 그의 방문은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는 녹지국제병원 개설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녹지국제병원은 병원 개설에 따른 행정절차를 대부분 마쳤지만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제주도에서 좀처럼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 측은 의료장비를 설치하고 직원 134명을 채용했지만 운영을 하지 못해 속만 태우고 있다.

제주도는 최근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결정을 다음 달 23일까지 연기하겠다는 방침을 뤼디그룹에 통보했다. 녹지국제병원이 지난해 8월 제주도에 개원 허가 신청을 한 후 이번까지 모두 5차례 연장이다. 지난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위원장 전성태 제주도 행정부지사)를 새롭게 구성해 같은 해 두 차례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허가를 내주면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고 불허하면 사업자의 손해배상소송과 대외 신인도 하락이 우려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14년 12월 녹지국제병원 건축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공의료 부담은 제주도의 몫이며 뤼디그룹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선진 의료기관을 최대한 빨리 추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찬반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 지사는 23일 제주시청을 방문해 “보건복지부가 승인을 했고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 건축의 결과에 대한 심사 및 승인 절차만 남아있다. 하지만 관계부처와 의견 조율 등 내부 검토를 좀 더 진행하고 있고 아직 결론이 내려진 바는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복지부는 “제주도 판단 및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을 승인한 상태여서 스스로 번복하기 힘든 상황이다. 투자개방형 영리병원은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르는 동안 꾸준히 추진됐다. 규제를 없애 의료관광을 비롯한 의료산업을 활성화하자는 의도였다. 태국, 싱가포르 등이 의료시장을 개방해 아시아 의료 허브로 성장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 병원은 각종 규제에 묶여 의료관광 시장을 경쟁국에 빼앗기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의료통역사 등의 의료관광 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의료영리화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와 민주노총,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는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리병원은 아픈 이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이용해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말한 ‘의료비 폭등을 야기하는 의료 영리화를 막고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핵심 공약을 이행하려면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지국제병원은 개설 허가 신청 이후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한 달에 인건비 등 8억 원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병원 건물은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2만8002m² 터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8253m² 규모로 지난해 7월 준공했다. 47병상을 갖추고 있으며 지금까지 사업비 701억 원이 투입됐다. 녹지국제병원 관계자는 “제주헬스케어타운을 조성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요청으로 병원을 만들고 제주도 권고로 의사와 간호사까지 채용했다. 요청사항을 모두 수용했는데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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