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교 교육과정 내신평가 기준
공통과목-일반 선택과목은 5단계… 진로선택 과목만 3단계 평가
9등급 점수 병기해 내신 부담 여전
올해 고1이 될 학생들에게 적용될 내신평가 기준이 나왔다. 올해 고1부터는 ‘2015 개정교육과정’의 적용을 받아 교과 편제나 과목명 등이 이전과 크게 달라진다. 이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과연 새로운 교과의 내신평가가 어떻게 이뤄질지 궁금증이 컸다. 내신평가 기준은 적어도 지난해에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대선에 따른 정부 개각 등 여러 변수가 겹치면서 신학기 시작을 한 달 남겨둔 지금 기준이 나왔다.
○ 공통과목은 5단계, 진로선택은 3단계
교육부는 31일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일부개정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고1은 새롭게 생긴 공통과목들을 A부터 E까지 5단계로 평가받는다. 공통과목에는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이 포함된다. 단 과학탐구실험 과목은 공통과목군에 속해 있긴 하지만 실습적 성격이 강해 A∼C의 3단계로 평가한다.
5단계 평가에서 A∼E를 가르는 기준은 △A: 성취율 90% 이상 △B: 80% 이상∼90% 미만 △C: 70% 이상∼80% 미만 △D: 60% 이상∼70% 미만 △E: 60% 미만이다. 3단계 평가에서는 △A: 성취율 80% 이상 △B: 60% 이상∼80% 미만 △C: 60% 미만으로 나뉜다.
공통과목이 아닌 선택과목 평가는 어떨까. 2015 개정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과목의 범주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선택과목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가 큰 관심을 받았다. “성적 걱정 없이 소질과 적성에 따라 학생들이 진정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하려면 평가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그렇게 하면 학업을 소홀히 할 수 있으니 적정 수준의 평가 틀은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입장이 맞서 왔던 사안이다.
선택과목 평가에 있어 교육부는 △일반선택 과목은 종전과 같은 5단계 평가 틀을 유지하고 △진로선택 과목들만 3단계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선택 과목은 보다 학습적인 성격을 띤다. 진로과목은 새로 생긴 과목이 많고 실생활·현장 중심이 많다. 예컨대 공통과목인 ‘통합사회’ 이수 후 배우는 일반선택 과목 중에는 한국지리, 세계사, 경제, 사회·문화 등 기존과 비슷한 과목이 많다. 진로선택 과목에는 ‘여행지리’ 등 신생 과목이 다수 있다.
새 평가기준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고교 학생부에는 A∼E 또는 A∼C로 구분되는 절대평가 성적 외에도 과목별 석차 등급(9등급)에 따른 상대평가 성적도 함께 병기된다. 이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3등급으로 성적을 매기는 과목이더라도 9등급 상대평가 점수가 병기되는 한 학생들은 내신경쟁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부는 학생부에서 상대평가 성적 병기를 없애는 고교 내신의 절대평가 여부를 8월까지 결정해 대입제도개편 정책과 함께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수능 개편 혼선 여파로 고교 내신 절대평가 여부 결정까지 연기되다 보니 학생들로서는 새 교육과정 평가기준이 나왔어도 여전히 많은 것이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 “공동 교육과정으로 강남만 득볼 것” 우려
교육부는 이른바 ‘공동 교육과정’이라고 불리는 학교 간 통합 선택교과의 성적처리 지침도 신설했다. 이 지침도 논란이다. 공동 교육과정은 원래 도서 산간지역 고교처럼 학생 수가 적어 다양한 선택과목을 만들기 어려운 학교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희망 학생이 적거나 교사 수급이 어려운 소인수·심화과목에 대해 여러 학교가 공동으로 과목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과목은 학생 수가 워낙 적어 상대평가가 쉽지 않다. 교육부는 수강생이 13명 이하인 과목의 경우에 한해 석차 상대평가 결과를 내지 않고 절대평가를 하도록 해 왔다. 그런데 이번 개정령에서 교육부는 “학생의 과목선택권을 확대하고 공동 교육과정을 활성화하겠다”며 수강생이 13명이 넘는 경우에도 석차등급을 매기지 않고 절대평가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계는 우려를 나타냈다. 학생들의 내신 부풀리기를 위해 인접 학교끼리 공동 교육과정을 다수 만들고 해당 과정에 학생들을 몰아넣어 내신 절대평가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내신에 불리했던 서울 강남지역 등 교육특구 학교들이 막대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예컨대 강남의 A학교와 B학교가 공동 교육과정을 신청해 운영하면 학생들은 석차 경쟁 없는 내신 절대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물론 비교육특구 지역 학교들도 이런 식의 운영을 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적극적일 가능성이 크고 대입에서도 교육특구 학교들보다 낮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각 학교단위별로 개설 가능한 과목까지 공동 교육과정으로 개설하지 않도록 시도교육청의 관리감독을 주문할 것”이라며 “공동 교육과정을 개설하려면 시도교육청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취지를 벗어난 공동 교육과정이 난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시업계의 한 전문가는 “학교들이 시도교육청의 관리감독 구멍을 찾아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며 “반대로 시도교육청 관리로 공동 교육과정 개설이 제한된다면 활성화를 위해 절대평가 가능 인원 제한을 풀겠다는 교육부의 취지는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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