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개발특구 14개 연구기관… “연구환경 해치고 보안문제 초래”
대전시 “난개발 방지 위해 불가피”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매봉근린공원 부지다. 공원 부지는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허파’로 불릴 정도로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공원 부지 중간 아래쪽에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연구환경과 보안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ETRI 제공
대전시의 ‘매봉 근린공원 개발 계획’에 대해 대덕연구개발특구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이 “연구 환경을 저해할 우려가 높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14개 연구기관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개발특구의 허파인 매봉산을 파헤치려는 시의 계획은 녹지 훼손과 연구 환경 저해, 보안 문제 등 많은 문제를 초래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 “매봉산 개발 말라” 연구기관들 반발
매봉근린공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원으로 지정해 놓고 장기간 개발을 하지 않은 장기미집행 시설이다. 토지 보상 없이 사유재산권 이용을 장기간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헌법불합치)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2020년 7월 1일 이전에 개발하지 않으면 공원 지정이 해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시는 사유지가 98%인 실정을 감안할 때 공원 지정이 해제되면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민간자본을 활용해 개발하기로 했다. 개발 계획은 매봉산 35만4906m² 규모의 부지 중 22%에는 12층과 4층짜리 아파트 450채를 건립하고 나머지 부지에는 체육 및 휴양 시설을 배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간자본이 공원을 개발해 기부채납하고, 아파트를 지어 그 비용을 충당한 후 수익을 내는 개발 방식이다.
연구기관들은 “계획안대로 아파트 450채가 연구기관들 주변에 들어서면 연구 활동의 위축은 물론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길호 ETRI 성과홍보실장은 “아파트가 국가보안시설인 우리 연구소와는 불과 50m 떨어져 있다. 고층 아파트에서 연구소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보안시설로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번 계획안이 연구시설과 생활시설을 분리해 왔던 연구개발특구 조성과 활용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반발도 적지 않다. 한 연구원 관계자는 “연구기관들 사이에는 아파트가 아니라 실리콘밸리처럼 융합연구와 창업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소통 공간’ 같은 시설들이 들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기관들은 극심한 교통 체증도 우려했다. 계획안의 아파트 출입구가 그러잖아도 출퇴근 시간 교통 혼잡이 극심한 표준과학연구원 앞 도로 쪽으로 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 “과학도시 맞나” vs “난개발 방지 불가피”
오성대 ETRI 경영부문장은 “과학도시를 표방하는 대전시가 연구개발특구의 연구 환경마저 외면하고 있다. 개발 계획안 심의를 위해 2일로 예정된 도시공원위원회를 연기하고 대안 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국장은 “정부가 전국적인 현안인 공원 개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인 만큼 시가 좀 더 시간을 갖고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원개발 계획에 대해 주민들은 반대와 찬성으로 나뉘었다. 찬성 입장인 도룡동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에 공원으로 개발하지 못한 채 공원 지정이 해제되면 난개발될 게 불 보듯 뻔하고 그럴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받아야 한다. (아파트 부지를 제외한) 78%의 공원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시 재정으로는 매봉공원을 비롯한 장기미집행 공원 부지의 사유지를 매입할 수 없기 때문에 2020년 이후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민간자본을 활용한 개발은 불가피하다”며 “연구기관들이 우려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발 계획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2일 도시공원위원회에 이어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5, 6월 개발 계획을 최종 확정한 뒤 연말에 실시 인가를 받아 고시하고 내년부터는 토지 보상에 들어간다는 로드맵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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