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드라마 ‘마이 코리안 자기야’는 남산을 구경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담았다. 방송 프로그램 캡처
케이팝을 필두로 한류가 세계를 강타하면서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 방송사들이 한국을 찾아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국 TV 방송사들이 로케이션 장소로 선호하는 서울의 핫 스폿(hot spot)은 어디일까.
1일 서울시 푸른도시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 방송사가 서울시에 촬영 협조를 가장 많이 구한 곳은 서울로7017, 서울월드컵공원, 경의선숲길, 그리고 남산이었다.
○ 태국-일본-대만, 드라마-예능 촬영
지난해 10월 태국 예능 프로그램 ‘게임 오브 틴스’는 서울로7017을 배경으로 출연자들이 게임을 벌였다. 방송 프로그램 캡처 오래된 고가도로를 산책 공간으로 바꾼 서울로7017은 한때 효용성 논란에 휘말렸지만 외국 방송사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태국 방송사 채널3의 드라마 ‘뜨라 바압 씨촘푸(분홍색 죄를 지었다)’, 일본 TBS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는 주인공이나 조연배우들이 이 공중(空中) 보행로를 거닌다. 예능 프로그램인 대만 CTV ‘미스터 플레이어(Mr. Player)’, 태국 GMM25 ‘게임 오브 틴스(Game of Teens)’는 이곳에서 출연자들이 벌칙을 수행하거나, 서로 쫓고 쫓기는 게임을 펼쳤다. 태국 커피크림 광고는 남녀 배우가 커피를 들고 이 길을 걷는 장면을 찍었다.
서울로7017에서 촬영하면 1925년에 지은 옛 서울역 청사의 모습을 보존한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와 숭례문이 배경으로 나오는 이점이 있다. 밤에는 미디어파사드(건물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영상 기법)로 활용되는 서울스퀘어빌딩이 눈길을 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방송사는 마포구 서울월드컵공원에 호감을 보였다. 가을에는 억새가 만발하며 난지연못이 있다. 5∼9월 하루 네 차례 이상 분수가 뿜어져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도 아즈탁 방송사 관계자가 월드컵공원을 찾아 ‘인도는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데 쓰레기 하치장이던 곳이 생태공원이 됐다니 신기하다’며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홍콩 시트콤 ‘마가네 식사’는 서울로 여행 온 가족들이 경의선숲길을 산책하는 장면을 찍었다. 방송 프로그램 캡처홍콩 TVB 시트콤 ‘마(馬)가네 식사’는 마포구 경의선숲길의 연남동 및 와우교 구간을 담았다. 한국으로 여행 온 가족들이 이 구간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눈다. 1939년 건립돼 2010년까지 72년간 중랑천을 가로지르던 경춘철교도 사람이 다니는 다리로 재탄생하면서 촬영 문의가 늘었다.
○ “쓰레기 하치장의 공원변신 놀라워 해”
서울의 오래된 랜드마크인 남산도 빼놓을 수 없다. 필리핀 방송사 GMA의 드라마 ‘마이 코리안 자기야’는 일명 ‘삼순이 계단’과 안중근기념관 주변에서 촬영했다. 삼순이 계단은 13년 전 한국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남녀 주인공이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한 뒤 이런 이름이 붙었다. 원래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만든 ‘조선신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었다. 이 드라마가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다.
남산 백범광장에서 N서울타워 쪽으로 올라가는 길 중턱의 포토존 ‘잠두봉 포토아일랜드’에서는 영국 UKTV가 ‘대한민국 서울편’을 찍기도 했다. 서울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약 856만 명이 찾았을 만큼 남산은 여전히 서울을 대표하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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