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의원 “검사장 출신 로펌 대표가 성추행…서지현 검사 보고 용기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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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2월 2일 09시 47분


사진=이재정 의원 페이스북
사진=이재정 의원 페이스북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45·사법연수원 33기)의 성추행 피해 경험 폭로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Me Too(미투·나도 당했다)’라고 올렸던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44)이 자신의 성추행 피해 경험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재정 의원은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13년 전 가해자는) 취업 과정에서 취업을 하려고 했던 회사의 로펌의 대표였는데, 그(사건) 이후에도 그 분은 계속 전화를 해 왔다”고 밝혔다.

앞서 이 의원은 서 검사의 폭로 후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변호사였을 때도 못했던 일. 국회의원이면서도 망설이는 일. 그러나 #Me Too 그리고 #WithYou”라고 적었다.

이 의원은 이어 “제가 그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 화가 나 있다는 걸 아는 상태에서도 계속 전화를 해 와서 그 때 참 놀랐다"며 "잘못을 했다며 숨어도 부족한 사람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 피해자인 저에게 전화를 해대는 등 2·3차적 위협을 해 오는 상황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친근감의 표시를 지속한다. 거부 의사를 거부 의사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보통 남성 가해자들의 그런 행동이었는지도 모르겠다”며 “그분은 제가 처음도 아니고 제가 마지막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피해 여성들이 명백히 거부 의사를 표시하고 그 상황을 회피했음에도 ‘그 상황에 대해서 공론화하거나 문제제기 하지 않을 것’ ‘못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그 자신감은 저를 더 위축되게 했다”면서 “사회 모든 현상에서 저 같은 일을 겪는 여성들은 많구나. 하지만 저분이 저렇게 자신감 있게 2·3차 가해나 다름없는 일을 버젓이 하면서, 여성들은 그냥 또 인내하고 공론화시키는 것은 포기했구나.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더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이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 못지않게 용감하게 나섰다고 생각하는 이재정 변호사였지만 제 문제에서만큼 제가 겪어야 할 불이익들이 너무 생생하게 상상이 돼서 감행하지 못했다. 그 점이 더 큰 아쉬움과 상처로 남았다. ‘왜 내가 더 강하게 그 자리에서 아니라고 얘기 못 했을까’ ‘왜 그 자리를 회피할 수는 없었을까’ 등 저에 대한 책망이나 아쉬움들이 오랫동안 저를 지배하고 있었다”고 그간 마음 고생이 심했음을 고백했다.

이 의원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서지현 검사의 가슴을 할퀴고 나온 그 목소리가 저도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며 앞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가해자인) 그분은 지금도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고 계시면서도 본인은 가해를 한다고 생각 못 하고 계실 것이라 확신한다”며 “그때 당시에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셨으니까 지금도 변호사 업무를 하신다면 현직에 계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지금도 스스로 가해자인지 모르는 우리 ‘가해자 분’들께 말씀드리겠다. 오늘 본인의 행동을 하나하나 살펴 더듬어 보시기 바란다. ‘나는 평범한 남성이다’ 생각하지 마시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꼼꼼히 되돌아보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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