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내 성폭력 조사-징계 시스템 제대로 작동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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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안 판사, 내부통신망에 글 올려
“징계사례 축적된 것 거의 없어… 조용히 해결하자는 분위기가 문제
피해자 처벌의사 별개로 조사해야”

차성안 전주지법 군산지원 판사(41·사법연수원 35기)는 2일 법원 내부 통신망에 ‘법원 내 성추행·성희롱 처리 시스템, 특히 조사와 징계 시스템’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4용지 5장 반 분량의 글에서 차 판사는 “법원 내 성폭력·성추행·성희롱 처리 시스템, 특히 조사와 징계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만약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종전에 법원 내 양성 평등 저해 사례로 수집된 피해 사례들 혹은 뒷소문으로 들었던 사례의 가해자인 법관들에게 정식 조사와 그에 따른 징계가 이뤄진 사례가 어느 정도 축적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 판사는 서지현 검사(45·33기)의 성추행 피해 폭로를 거론하면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는지와 무관하게 조사와 징계는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잘나가는 검사 앞길을 막는 꽃뱀이라든지, 정식 조사와 징계는 피해자 의사를 존중해서 안 한 것이니 은폐는 서 검사가 한 것이라는 적반하장의 해명 등이 나오는 것도 결국 피해자 의사로 징계 여부를 결정해도 된다는 잘못된 담론에 기초한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의 ‘우리끼리 조용히 해결하자’는 담론은 서 검사님과 같은 피해자가 있어도 그 피해 사실을 드러내 정식 징계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했다.

차 판사는 지난해 6월 남성 판사가 여성 검사를 성추행한 사건 처리 경위에 대해 “공론화에 가까운 상태로 특정되지 않았다면 사법행정권자(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법원장 등)가 그냥 묻으려고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피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해당 남성 판사(42)는 자신이 맡은 사건 재판을 담당하는 여성 공판검사를 회식 자리에서 성추행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법원#검찰#성폭력#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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