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임산부 전용 ‘모자보건지소’
산부인과 전문의-영양사 등 상주
이유식-놀이법 쉽게 알려주고 산후우울증 상담, 몸매회복 운동
“워킹맘 위해 주말에도 운영을”
“내가 잘못 키우고 있는 건가… 자책도 많이 했죠.”
2일 서울 서초구 모자(母子)보건지소를 찾은 엄마는 19개월 된 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들은 또래보다 유독 말랐다. 유명한 육아전문가의 이유식 조리법도 따라해 봤지만 잘 먹질 않았다. 이곳에서 30분 넘게 육아상담을 받고 나니 고쳐야 할 습관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 영양사가 “떠먹이더라도 아기용 식판에 음식을 담아 주는 게 중요하다”고 한 것이다. 엄마는 “먹이는 데 급급해 다른 건 신경을 못 썼는데 이제라도 알게 돼 다행”이라며 웃었다.
이날 보건지소는 “상담 받고 싶다”는 초보 엄마들로 가득했다. 영양상담을 받거나 아이와 놀아주는 방법을 들었다. 산후우울증이 걱정되거나 출산 전 몸으로 돌아가고 싶은 엄마들도 찾았다.
서울 25개 자치구가 운영하는 보건소에서는 임산부를 위해 영양제를 나눠주고 간단한 혈액검사도 해주지만 엄마들은 잘 찾지 않는다. 몰라서이거나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전문병원을 찾아 오래 대기하거나 문화센터를 전전한다. 각 자치구 보건소에 출산 장려를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보고자 서초구가 전국 최초로 만든 임산부 전용 보건소가 모자보건지소다. 임산부 전용 보건소 구상의 출발은 지난해 5월 통계청이 ‘충격적’ 통계를 발표한 직후다. 서초구의 초산(初産) 산모 나이가 평균 33.5세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던 것이다. 고령 임산부가 많지만 이들을 위한 시설은 별로 없다는 민원도 잇따랐다.
구는 보건지소를 하나 더 만들어 임산부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국비와 시비 6억5000만 원을 들여 관내 대법원 맞은편 건물 1층을 임차해 개조했다. 그리고 2일 문을 열었다.
모자보건지소에는 가정의학과가 아닌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근한다. 운동처방사, 놀이치료사, 심리상담가, 영양사도 있다. 산후우울증을 겪는 엄마가 집 같은 분위기에서 상담 받을 수 있는 ‘나를 찾는 방’, 이유식 관련 정보를 배울 수 있는 ‘영양 키움 방’, 아이 사회성 발달에 도움을 주는 ‘오감 놀이방’, 산전의 몸으로 되돌리는 운동수업을 하는 ‘건강 키움 방’, 그리고 산전·후 검사를 하고 모유 수유법을 알려주는 ‘건강클리닉’으로 구성됐다.
이날 보건지소를 찾은 조은희 구청장에게 엄마들은 “늦게라도 이런 공간을 만들어줘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직장을 다니는 엄마도 이용할 수 있게 주말에도 문을 열어 달라”는 주문도 많았다. 남편과 함께 온 한 엄마는 “‘직장맘’들은 주말에 대형 쇼핑몰의 육아강좌를 찾아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구청장은 “주말에도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보건소에서 임산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만 어떻게 해야 이런 혜택을 받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임산부가 모자보건지소뿐만 아니라 다른 보건소에 임산부 등록을 하면 무료 검진은 물론이고 ‘아이 돌보미’ 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구 관계자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받을 수 있는 제도와 혜택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임산부 등록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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