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가실 생각을 안 한다. 수도 계량기가 얼어 터지고 빗물관이 얼어, 세탁기를 돌리지 못해 ‘빨래 대란’을 겪는 집이 많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2월 5일까지의 최저 기온 평균은 영하 6.82도. 최근 평년 기준인 1980~1981년 겨울부터 비교하면 5번째로 추운 겨울이다.
워낙 날이 춥다 보니 봄의 길목이라는 입춘(立春)도 ‘입춘 같지 않은 추위’가 이어졌다. 올해 입춘인 2월 4일의 최저 기온은 영하 12.8도였다. 5일 최저 기온은 살짝 올라가 영하 11도 수준이었지만 이번 주 중반까지는 영하 13도 안팎의 추위가 며칠 더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입춘 한파’가 이례적이지는 않다. 1980~1981년 겨울부터 지난해 겨울까지 12월~2월의 기온 변화를 모두 살펴보면 입춘은 언제나 추웠다. 그냥 추운 정도가 아니고 ‘가장 추운 겨울’에 속했다. 30년 간 입춘일 직전인 2월 2일의 평균 기온은 영하 6.82도. 37년 평균치를 볼 때 이보다 추운 날은 1월 25일(영하 6.93도)뿐이다.
하지만 입춘이 빈 말로 만들어진 절기는 아니다. 입춘이 지나고 나면 기온의 상승 추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37년 평균 기온을 보면 입춘 이후 소폭 등락이 있지만 날이 지날수록 꾸준히 기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온이 크게 낮아져 있다는 점이 다르지만, 이 같은 추이는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주 중반까지는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가 계속 기승을 부리겠지만 당장 주말부터 기온이 크게 올라간다는 예보가 있다. 겨울이 점차 물러나고 봄이 한 걸음씩 다가오는 경계선에 서 있는 절기가 바로 입춘이다. 즉 입춘은 봄 기운을 느끼는 절기가 아니라 ‘이제부터 봄을 맞을 준비를 하는’ 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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