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훼손-연구환경 저해 등 내세워
대전시, 아파트 건설 재심의 결정
일부선 “아파트 건설 힘들 것” 전망
대전 대덕특구 내 매봉근린공원 아파트 건설 계획에 또 제동이 걸렸다. 공원 훼손과 연구환경 저해, 교통체증 심화,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내세운 주변 연구기관과 주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여론(본보 2일자 A18면 참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 도시공원위원회는 최근 ‘2018 제1차 도시공원위원회’를 열어 매봉근린공원에 아파트와 공원을 만드는 조성계획 결정 및 경관 심의안에 대해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위원들은 민간 사업자에게 아파트 건설로 분할되는 공원의 양쪽 녹지공간을 연결하는 녹지축을 충분히 확보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해 12월 도시공원위원회에서 심의위원들이 아파트 부지 면적 축소와 녹지축 조성을 제안해 사업자는 녹지축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면적이 지나치게 작다고 판단한 것. 심의위원들은 또 공원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아파트 부지를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도시공원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은 겉으로는 사업자에게 일부 수정과 보완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파트 건설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판단에 따른 ‘퇴로 만들기 수순 아니냐’는 해석도 많다.
유성구 도룡동 사거리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이에 있는 매봉공원(35만4906m²)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원으로 지정해 놓고 장기간 개발을 하지 않은 장기미집행 시설. 하지만 ‘토지 보상 없이 사유재산권 이용을 장기간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헌법불합치)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2020년 7월 1일(일몰제) 이전에 개발하지 않으면 공원 지정이 해제된다. 묶여 있는 공원의 90% 이상은 사유지다. 대전시는 이에 따라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일몰제 시행 이전 이곳에 숲 체험 및 숲속교실 등 공원시설과 4∼12층짜리 아파트 450채를 시비와 민간재원을 투입하는 민간 특례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원 근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관계자는 “계획안대로라면 아파트가 국가보안시설인 우리 연구소와 불과 50m 떨어져 있다”며 아파트 건립 시 예상되는 조감도를 제시했다. 극심한 교통 체증과 연구환경 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대전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에서는 “장기미집행 공원에 대한 문제는 전국적 현안이다. 대전시가 서둘러 나설 필요가 없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난개발 등을 우려해 찬성하는 쪽도 있다.
대전시는 위원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보완계획을 만들어 이르면 다음 달 도시공원위원회에 재상정할 방침이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의결이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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