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5일 “삼덕동에 이 선수가 태어난 집터가 남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구청장은 “이곳은 이 선수가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한 의미 있는 곳이라서 도시 재생과 연계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150∼200m가량의 주변 골목과 상권을 살리는 방향으로 분석 중”이라며 “이 선수와도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유일의 3선 여성 구청장인 윤 구청장은 마지막 임기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보인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마음이 급해졌다”고 말했다. 윤 구청장의 집무실에는 12년간 추진한 다양한 사업들이 빼곡하게 적힌 관내 지도가 걸려 있다. ‘골목 전문가’, ‘도시 재생 전문가’로 통하는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들이다.
대구의 관광 상징이 된 근대골목투어는 윤 구청장이 남긴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근대 100년 역사가 담긴 유적과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도시 재생으로 주목을 받았다. 2007년 근대 문화 공간의 디자인을 개선하는 것부터 시작해 읍성 상징 거리까지 독특한 분위기의 역사문화벨트를 조성했다. 골목마다 숨어 있는 역사 이야기를 발굴하고 담장을 허물었다. 매년 새로운 모습을 보이며 5코스 14.61km로 성장한 근대골목투어는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됐다. 4코스 가운데 하나인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도시 재생의 전국적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근대골목투어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투어 인프라를 활용한 ‘대구 근대로(路) 야행(夜行)’이 대표적이다. 도심 문화유산을 관광객들이 더 가깝게 느끼게 하고 골목 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2년 연속 문화재청의 공모사업에 뽑혔다.
근대골목투어 관광객은 지난해 210만 명을 돌파했다. 투어를 처음 시작한 2008년 287명에서 10년 만에 약 7300배가 늘어난 셈이다.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면서 체류 시설도 늘고 있다. 한옥 형태를 포함한 게스트하우스는 40여 곳이 생겼고 퓨전 카페와 음식점도 계속 들어서고 있다.
윤 구청장은 지난해 12월 쇠락한 구도심을 문화와 관광 명소로 바꾼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의 지방자치 경영대상’ 도시 재생 부문 대상을 받았다. 2007년 시작해 2010년 완성한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도시 재생의 방향을 제시한 사업으로 평가 받아 행정 신뢰도를 크게 높였다”며 “첫 단추를 잘 끼운 덕분에 추가 사업들도 잇달아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윤 구청장은 요즘 청사 리모델링에 힘을 쏟고 있다. 임기 초부터 늘 꿈꿔 왔던 일이다. 주민들이 즐겨 찾고 힐링하는 공간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주차장 지하화를 통해 도심 공원도 조성한다. 1층은 음악회와 전시회를 여는 문화 공간으로 꾸며 주민들의 쉼터로 만들 계획이다.
윤 구청장은 “청사를 아름답게 하면 인근 동네도 쾌적해질 것”이라며 “공공기관 리모델링이 도시 재생에 기여하는 모범 사례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윤 구청장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추진한 도시 재생 사업을 사진으로 엮은 220쪽 분량의 백서를 최근 발간했다. 골목 역사와 도시 재생 의미, 발전 기대감이 한눈에 들어온다. 광역시에 속한 기초자치단체가 재정 어려움 등을 어떻게 극복했는지가 잘 드러난다는 평가다. 대구시장 선거 후보에 이름이 늘 오르는 그는 “대구의 품격과 가치를 높이고 시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방법을 매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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