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
재판부 “경영권 승계 청탁 없었다… 박근혜 前대통령이 삼성 경영진 겁박”
승마 지원 36억은 뇌물혐의 인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이 5일 구치소에 수감된 지 353일 만에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과 최순실 씨(62·구속 기소)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뇌물죄의 핵심 근거인 ‘경영권 승계 작업’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개별 현안에 대해 명시적,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부정 청탁 대상으로 포괄적 현안인 승계 작업이 존재한다는 특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을 무죄로 판단해 1심보다 형량을 낮췄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의 최 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 금액 36억여 원을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액수로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와 공모해 이 부회장에게 승마 지원을 하도록 요구했고, 이 부회장은 청탁을 하지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기업활동에 대한 영향력을 알고 승마 지원을 했기 때문에 대가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회삿돈 횡령 금액도 1심 80억여 원에서 36억여 원으로 줄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최고 정치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의 경영진을 겁박하고, 대통령 측근 최 씨는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했다”고 밝혔다. 또 “이 부회장 등은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채 거액의 뇌물공여로 나아간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정치권력의 부당한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선고 직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들렀다 나온 이 부회장은 취재진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 1년간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에서 곧바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해 입원 중인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6) 병문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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