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신임 서울중앙지법원장(59·사법연수원 14기)이 2014년 9월 남녀 출입기자들과의 회식에서 “여자를 만족시키는 데에는 신용카드 크기면 문제가 없다”며 남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연상시키는 성희롱 발언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5일 법원 안팎에서는 비판이 이어졌다. 내부에서는 “전국 최대 법원의 기관장으로서 본인부터 성희롱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 원장은 이날 본보 보도에 대해 공보판사를 통해 “참석자 수, 맥락 등에서 기억과 다소 다른 면이 있고 오래전의 일이라 정확한 동작, 표정 등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하여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그 일이 있은 직후 참석자들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했고 지금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민 원장의 태도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법원장의 처신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에 근무하는 여성 판사는 “너무 소름이 끼친다.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는 여판사들은 민 원장을 볼 때마다 그 생각이 날까 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변명하는 법원장이 앞으로 법원 내부에서 일어날 각종 성폭력 사건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하길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법원 일각에서는 성희롱 등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감찰 및 징계에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무관용 원칙)’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사법개혁추진단도 이날 민 원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 ‘사과했다’는 변명은 ‘양심에 따른 판결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법관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숙연 부산고법 판사(50·26기) 등 ‘젠더법연구회’ 소속 법관 198명은 법원 내부게시판에 ‘검찰 내 성추행 등 문제 제기와 관련한 의견’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연구회는 글에서 “법원 내 성추행 등 피해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징계, 피해자 보호 절차 등에 부족함이 없었는지 자성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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