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교사 수는 18만4358명. 이 가운데 14만2064명(77.1%)이 여성이었다. 초등학교 교사 10명 중 8명이 여성인 셈이다. 남성 비율이 높은 교장, 교감을 빼면 수업을 가르치는 남교사는 10명 중 2명도 안된다. 사정이 이러니 교육 현장 곳곳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불만이 많은 건 남학생 학부모다. 대개 남자 담임교사를 선호하지만 그렇게 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주부 이모 씨(41)의 아들은 초등학교 입학 뒤 4년간 여자 담임교사만 만났다. 이 씨는 “보통 남자아이들은 몸으로 하는 운동을 좋아하고, 글씨 예쁘게 쓰기 등에 미숙하다”며 “남녀 차이가 분명한데 여자 선생님들이 ‘잘한다’고 칭찬하는 일은 보통 글씨나 그림 그리기 등 정적인 활동”이라고 말했다.
남교사의 불만도 크다. 운동회, 학예회 등 각종 학교 행사 업무나 6학년 담임이 남교사에게 몰리기 때문이다. 남교사 업무실태를 연구한 손형국 성균관대 교육학과 겸임교수(현직 교사)는 “6학년만 되면 야동을 보고 학교 폭력 수준도 심해지다 보니 생활지도 업무 부담이 크다. 이런 이유로 주로 남교사들이 6학년을 맡는다. 13년 중 11년간 6학년 담임을 한 남교사도 있다”고 했다.
남교사가 부족한 건 매년 임용시험에 합격한 여성이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초등 임용시험 합격자 중 남성은 10명 중 3명(33.4%)이었다. 교직은 여성이 선호하는 직업이다 보니 우수한 여성이 대거 교대로 진학하고 결과적으로 임용시험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방 교대 출신들이 자기 지역보다는 수도권이나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 지역의 임용시험에 응시하는 비율이 늘면서 여기서도 여성이 강세를 보이면서 대도시의 남교사 부족 현상이 심화됐다.
일각에서는 ‘남교사 할당제’를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공무원 채용 시 성비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두는 것처럼 교원 채용에도 일정 비율을 남교사로 뽑자는 주장이다. 실제 2007년 서울시교육청은 이 제도 도입을 검토했다. 당시 시교육청 의뢰로 박상철 서울교대 교수팀이 학부모 교원 학생 등 3168명을 설문한 결과 77.2%가 남교사 할당제를 찬성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여성계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2000년부터 교대별로 남성을 입학생의 25∼40%를 뽑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교원 채용 때에도 할당제를 두는 건 이중 특혜라는 반론이 특히 컸다. 여성계에서는 가사와 육아를 여성이 부담하는 한국 사회에서 경력단절 걱정 없는 안정적인 직업이 교사뿐인 현실을 개선하는 게 근본대책이라고 주장한다. 남교사 부족 현상의 진단부터 다른 것이다.
박 교수는 “여교사가 많은 건 사회구조적 원인이 큰데 인위적으로 할당제를 도입하면 불필요한 갈등만 불러올 수 있다”며 “과목별 시험과 수업시연, 면접으로 진행되는 임용시험에서 학교폭력 시 대처 방안과 같은 실무능력 평가를 추가한다면 성비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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