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빅데이터와 포털 지도 결합… ‘소방안전지도’ 2014년부터 도입
계단 수 등 건물특징까지 알려줘… 화재진압-인명구조에 큰 도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송호정 소방위(51)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만 생각하면 가슴 아픈 대목이 있다. 당시 소방대가 화재가 난 건물 현황을 담은 지도를 뒤늦게 확인해 비상구를 찾다 허둥댄 것이다. 진화의 골든타임 5분이 이렇게 허비됐다.
6개월 전까지 현장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송 소방위는 5일 “충북 소방에도 ‘소방안전지도’가 있었다면 큰 도움이 됐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소방안전지도는 소방재난본부가 2014년부터 쓰는 일종의 ‘재난 종합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이다. 화재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정확한 위치와 건물 현황, 주변 정보를 상세히 담았다. 화재 시 다수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병원, 아파트 등 70만∼80만 개 건물 정보가 입력돼 있다. 일반 주택을 제외하고 거의 다 담겨있다.
과거에 소방대는 현장에 출동할 때 지도책을 활용했다. 그러나 공사 중이거나 새 건물이 들어서 길이 바뀌는 등 출동이 지체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때마다 새 지도를 사서 일일이 스티커로 붙이거나 글로 변화상을 적어두곤 했다.
소방재난본부는 2013년 포털사이트 지도 프로그램에 본부가 축적한 빅데이터를 결합해 소방안전지도를 만들었다. 소방안전지도는 소방대에 지급한 태블릿PC의 종합 재난관리시스템 페이지에 깔려 있다.
화재 신고가 들어오면 소방안전지도 재난 목록에 ‘지령 하달’이라는 표시와 함께 현장 주소가 뜬다. 이를 클릭하면 현장 지도가 떠오른다. 현장까지의 최단 경로가 지도에 표시되고 공사 현장이나 실시간 정체구간을 이모티콘으로 보여준다. 처음 경로가 막혀 재탐색하면 ‘우회전 후 41m 진행’ 같은 지시창이 뜬다. 현장에 가까워지면 소방차가 진입하기 좋은 경로가 붉은 화살표로 표시된다. 이어 ‘화재진압작전도’ 메뉴에서 건물 현황을 클릭하면 화면 왼쪽 상단에 불이 난 건물의 연혁과 층수, 높이, 계단 수 등이 나타난다. ‘지하주차장이 없고 지상주차장만 있어 소방차량 진입이 어려우니 수관(水管) 연장을 고려할 것’ 같은 작전 정보도 뜬다.
소방관들은 “건물에 계단 통로가 몇 개 있는지만 알아도 진압 및 구조 작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계단이 한 곳뿐이라면 불길과 연기가 번질 통로가 될 확률이 높아 주민을 계단으로 대피시키기보다 건물 내부 안전한 곳에 잠시 대피하도록 지시한다는 얘기다.
화재 건물뿐 아니라 그 주변에 공장이나 창고 밀집 지역, 쪽방촌, 유독물질 취급소 등 화재에 취약한 환경이 있는지도 제공해 대형 재난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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