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전 검사장(52·사법연수원 20기)의 성추행 의혹을 검찰 간부가 은폐했다는 의혹을 비롯해 자신의 15년 전 성폭력 피해 사실도 폭로한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44·30기·사진)가 6일 참고인으로 6시간여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임 검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동부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서지현 검사의 피해 사실과 관련해 제가 알고, 겪고, 들은 것 중심으로 말씀드렸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성추행 의혹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이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증언했느냐는 질문엔 “제가 관여된 부분이 그것밖에 없다. 오늘은 그 부분에 대한 조사”라고 답했다.
임 검사는 “검사들이 안에서 해결을 못 하고 밖에 나가게 하는지, 왜 우리는 자정 능력이 없는지에 대해 제도개혁을 부탁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추행한 사람(안태근 전 검사장)이 감찰도 안 되고 검찰국장이 돼서 징계위원·인사 심사위원이 되는 현실이 한 사람의 문제는 아니다. 제도가 왜 그렇게 된 것이냐, 그 부분을 정말 잘해 달라고 부탁드렸다”고 덧붙였다.
이날 조사단장인 조희진 지검장을 만났느냐는 질문엔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의 뜻을 나타냈다.
임 검사는 최근 조 지검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낸 바 있다. 그는 2016년 자신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 검찰 간부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하자, 당시 소속 검찰청(의정부지검) 검사장이던 조 단장이 ‘글을 당장 내리라’ 등 압박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임 검사는 조직 내 비위 의혹에 대한 여성 검사들의 잇따른 문제 제기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물음에는 “희망을 본다. 어떤 선배님이 ‘검사에 희망이 있을까. 식초에 담긴 씨앗처럼 희망이 없다’고 하던데, 변화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지켜주시지 않으면 서지현 검사와 안미현 검사는 사그라질 것”이라며 “검찰을 조금 따뜻하게 지켜봐 달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임 검사는 오전 9시 40분께 진상조사단에 출석하면서 “서 검사의 인터뷰가 나오자 내부적으로 다 알던 일인데 마치 몰랐다는 듯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부끄럽고 안타깝다”며 “진상규명에 협조하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조사단은 임 검사로부터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을 접한 경위와 서 검사가 주장한 인사 불이익 의혹과 관련해 목격했거나 들은 상황 등을 청취했다. 특히 최교일 의원의 사건 무마 의혹에 관한 사실관계를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은 지난 4일 사건 당사자인 서 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11시간 넘게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가해자로 지목된 안 전 검사장과 최교일 의원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