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설유치원 떨어져 사립에 보냈는데 초등돌봄교실까지 떨어지면 이제 정말 ‘학원 뺑뺑이’밖에 답이 없어요.”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윤모 씨(37·여)는 다가올 3월이 두렵기만 하다. 첫째 아들이 입학할 초등학교의 방과 후 돌봄교실 정원이 1∼3학년을 통틀어 50명에 불과해서다. 가계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우선권이 있어 맞벌이인 윤 씨의 아이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윤 씨는 “학원 뺑뺑이를 하지 않으려면 반나절 돌보미를 써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하면서 직장을 다니는 게 맞나 싶다”고 말했다.
6일 정부가 발표한 초등학교 1학년 대상 돌봄 대책 활성화 방안은 윤 씨처럼 경력단절 위기에 놓인 여성들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우리나라 여성 근로자는 자녀 돌봄 주기에 맞춰 크게 세 번 위기를 맞는다. △0∼3세의 초기 돌봄 △초등학교 저학년 돌봄 △고교 입시 돌봄이 그것이다.
이 중 초등학교 저학년 돌봄 시기 경력단절이 갈수록 늘고 있다. 통계청의 자녀 연령별 경력단절 여성 조사에 따르면 2016∼2017년 만 6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의 경력단절은 103만2000명에서 96만3000명으로 줄었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경우 33만 명에서 33만2000명으로 늘었다. 여성의 경력단절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져 저출산을 심화시킨다. 지금까지 출산이나 영유아 자녀 육아에 대한 지원책은 강화됐지만 학령기 자녀 돌봄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정부는 초등학교 돌봄교실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한 뒤 학교 여건에 따라 돌봄교실 수용 인원을 늘리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돌봄교실 수요 파악 시기는 과거 3월 한 달에서 2, 3월 두 달로 늘려 돌봄이 필요한 맞벌이와 한부모 및 저소득가정 학생 현황을 정밀하게 파악할 예정이다.
기존에 주로 저소득층 아동들이 이용한 지역아동센터는 소득과 무관하게 더 많은 초등학생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입소 조건을 바꿀 계획이다. 현재는 취약계층 아동 90%, 소득 무관 아동 10% 비율로 운영되지만 앞으로는 소득 무관 아동 비율이 20%로 늘어난다.
한 가정에서 다른 가정의 아동 2, 3명을 함께 돌보는 아이돌봄서비스 사업도 시범 실시한다. 지금까지 아이돌보미 제도는 돌보미 한 명이 한 가정의 아동(형제일 경우 2명 이상)을 돌보는 일대일로 운영됐다. 이 경우 비용 부담이 클 뿐 아니라 인력 수급에도 한계가 있었다. 돌보미 1명이 다른 가정 자녀 2명 이상을 돌본다면 1인당 본인 부담금이 시간당 7800원에서 5200∼5850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부모들이 자녀를 같이 돌보는 ‘육아 품앗이’인 공동육아나눔터는 기존에 비맞벌이 가정 중심에서 돌봄 수요가 높은 맞벌이 가정도 이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맞벌이 가정 아동이 돌봄을 원할 경우 기존 공동육아나눔터 모임과 연계해주는 방식이다. 1 대 2, 3 돌봄서비스와 공동육아나눔터는 지역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이날 정부는 돌봄 공백을 메우는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운용 방안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예를 들어 돌봄교실 수요 조사 뒤 어떻게 수용 인원을 늘릴지를 두고 교육부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했다. 1 대 2, 3 돌봄서비스나 공동육아나눔터의 경우 지역사회와 교류가 없는 맞벌이 가정에는 ‘그림의 떡’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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