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엔 조직도 지원군도 없다”…최영미 SNS 글에 “용기 내 줘 감사” 응원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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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2월 7일 11시 09분


최영미 시인. 사진=JTBC ‘뉴스룸’
최영미 시인. 사진=JTBC ‘뉴스룸’
문단 내 성폭력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57)을 향한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최영미 시인은 앞서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내 성추문을 폭로한 이후인 지난 달 3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서지현 검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뉴스 보며 착잡한 심경. 문단에는 이보다 더 심한 성추행, 성희롱이 일상화되어 있었다”고 했다.

최 시인은 그러면서 “그러나 나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지금 할 수 없다. 이미 나는 문단의 왕따인데, 내가 그 사건들을 터뜨리면 완전히 매장당할 것이기 때문에? 아니, 이미 거의 죽은 목숨인데 매장 당하는 게 두렵지는 않다”며 “다만 귀찮다. 저들과 싸우는 게. 힘없는 시인인 내가 진실을 말해도 사람들이 믿을까?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 내 뒤에 아무런 조직도 지원군도 없는데 어떻게? 쓸데없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 무시무시한 조직이 문단”이라고 썼다.

최 시인은 지난해 계간 문예지 ‘황해문화’ 겨울호에 ‘괴물’이라는 시를 발표해 한 남성 원로 시인의 성희롱 행위를 묘사했다.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내가 소리쳤다/‘이 교활한 늙은이야!’/감히 삼십 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는 내용이다. 문제가 된 작가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반인들도 추정이 가능할 정도의 표현이다.

앞서 시로 문단 내 성폭력 실태 폭로를 시도한 최 시인은 페이스북에 글을 쓴 지 일주일 만인 지난 6일, 서 검사에 이어 ‘뉴스룸’에 출연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정말 여러 차례, 제가 문단 초기에 데뷔할 때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혹은 제가 피해를 봤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어떤 젊은 여성 문인이 권력을 쥔 남성 문인의 어떤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그들은 복수를 한다”며 “그들이 편집위원으로 있는 잡지가 있다. 문단에 메이저 문예 잡지가 있는데 문예잡지의 편집위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이 시 편집 회의를 하면서 그런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그 여성 문인에게 시 청탁을 하지 않는다. 그 여성 문인의 작품집에 대해서 한 줄도 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방송이 나간 뒤 최 시인의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는 이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용기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인터뷰 잘 봤습니다. 속이 후련합니다.” “미력하나마 응원합니다. 더욱 용기를 내시고 썩은 동네 청소해 주세요” “큰 용기 내셨습니다. 크게 응원합니다. 인터뷰에서 시인의 복잡한 마음이 읽히더군요.” “선생님, 결정하기까지 맘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감사합니다.” “깜깜하고 두터운 어둠의 벽, 그 빗장을 연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늘 응원합니다. 더욱 힘내십시오.”라며 최 시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최 시인이 ‘괴물’을 발표한 뒤 성희롱 가해 당사자로 지목된 원로 시인은 “30년 전 일이라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후배 문인을 격려하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오늘날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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