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산물 선물비 10만원 인상으로 농어민 ‘숨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8일 03시 00분


굴비-전복 주산지 설 맞아 활기
나주시도 “배 판매 늘어날 것” 반색… 한우 농가는 “매출변화 없다” 울상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허용하는 농축수산물 선물비 상한액이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인상된 뒤 첫 설을 맞은 농어민들은 명절 선물 시장에 다소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한파, 선물 자제 분위기 등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남 영광군 법성포는 업체 465곳에서 국내 굴비 90%를 생산하는 주산지다. 설과 추석 명절 때 연간 굴비 판매량의 70∼80%를 판다.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인상된 이후 첫 설 명절을 맞은 7일 법성포는 다소 활기를 띠는 분위기였다.

김철규 법성포 옥굴비 사장(50)은 “지난해 추석 때 굴비 상품 주문은 5만 원짜리가 90%, 10만 원짜리가 10%였는데 올 설에는 70% 대 30% 정도 돼 매출이 다소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청탁금지법 개정에도 경기 침체와 굴비 재료인 조기 가격 상승 탓에 수익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영광군은 청탁금지법 개정이 굴비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광군은 굴비 선물 주문이 설 직전인 13일까지 이어지는 만큼 정확한 판매량 증가는 설 이후에나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복 주산지인 전남 완도 어민들은 농수축산물 선물금액 상향이 전복 판매에 보탬이 되고 있지만 판매량은 지난해 추석보다 더 저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완도지역 2673개 어가는 지난해 전복 1만649t을 생산했다. 이는 전국 전복 생산량의 66.8%다.

(사)한국전복산업연합회와 한국전복유통연합은 경기 침체와 공직사회 선물 자제 분위기로 설 선물 주문이 아직 많지 않은 편이라고 밝혔다.

완도읍에서 전복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최모 씨(42)는 “판매 여건이 좋아졌는데도 주문이 크게 늘지 않은 것은 경기 침체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배 4만8056t을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18%를 차지한 전남 나주시는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배 판매가 조금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만 m² 규모의 과수원에서 배를 재배하는 권상준 우리한국배연구회장(56)은 “청탁금지법 개정이 배 판매에 긍정적인 요인은 맞다. 명절 때 판매되는 과일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데, 최근 이어진 한파로 배 주문과 유통이 여의치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우 농가들은 선물비 상한액이 배로 올랐지만 매출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등심, 갈비 등 고급육을 선물하기 위해서는 20만 원어치를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가들은 한우 평균 사육기간은 30개월인데 사료비,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마리당 수익금은 50만∼100만 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안규상 한우협회 광주전남지회장(70)은 “사료 값 인상 등으로 고기 값이 올라 이윤이 많지 않다. 다행히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마트 등에서 한우 양지와 불고기 선물세트는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유통업체에서 축산물 선물 판매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이 설 선물세트 행사를 시작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5일까지와 지난해 설을 앞둔 1월 3일부터 15일까지 판매액을 비교해본 결과 축산물 85.7%, 수산물 38.4%, 청과물 30.5% 등 평균 28.5%가 늘었다. 롯데백화점 광주점 관계자는 “지난해 설에는 10만 원 이하 선물세트 매출이 전체의 38.1%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42.7%로 늘었다. 특히 축산물 매출 효과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부정청탁#청탁금지법#김영란법#농축수산물 선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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