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포제는 지금 신고 계신 운동화, 타고 오신 승용차에도 다 들어가 있어요. 고무나 플라스틱을 조금씩 부풀게 하는, 일종의 스펀지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7일 부산 사상구 ㈜금양 본사에서 만난 박현덕 연구소장(71)은 발포제라는 개념이 생소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설명했다. 발포제는 합성수지, 고무 등 고분자 재료에 넣고 가열하면 기체를 발생시켜 거품을 일으키는 화공약품이다. 바닥 장판, 창틀, 인조가죽, 파이프 보온재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박 소장은 공장에서 생산한 발포제의 입자를 분석하는 연구실로 안내했다. 마치 생물의 세포와 닮은 발포제 입자들이 컴퓨터 화면에 나타났다. 그는 “입자의 크기가 가급적 균일해야 발포 효과가 좋다”고 했다. 발포제를 구성하는 입자의 크기는 너무 작아 μ(미크론·1μ은 100만분의 1m) 단위를 쓴다. 박 소장은 “가능한 한 모든 입자가 20μ으로 균일해야 발포 효과가 좋은데 압력, 온도 등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최적의 생산 조건을 찾는 게 연구의 목표”라고 말했다.
금양의 모태는 1955년 설립된 금북화학공업주식회사로 국내에서 처음 사카린을 만든 곳이다. 1974년 사상구에 발포제 공장을 세우면서 화학제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4년 뒤에 금양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2016년 매출액은 1678억 원. 이 중 약 70%가 수출이다. 78개국에 1980개 거래처가 있고 중국, 미국 등에 9개의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초정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인 만큼 연구개발(R&D)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118명의 본사 직원 중 23명이 자체 R&D연구소에서 일한다. 류광지 대표(52)는 “발포제 생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며 “2020년까지 연구 인력을 4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6년 정부가 선정한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 발포제 시장의 약 17%를 점유하고 있는 금양은 2020년까지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무리한 도전으로 보일 수 있지만 2년 전 중국 국영기업인 청해염호공업유한공사와 합작 투자 계약으로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이 회사의 자회사를 인수하면서 발포제의 주 원료인 규소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된 것이다. 류 대표는 “원자재 가격의 등락에 흔들리지 않고 생산라인을 가동하게 됐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어려움이 컸지만 최근 한중 관계가 다시 좋아지고 있어 올해는 합작투자의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류 대표는 금양의 경영간부로 근무하던 중 1990년대 후반 부도 위기에 몰린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데 앞장서 2001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회사 경쟁력 확보는 물론이고 사회공헌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공로를 인정받아 부산 중소기업인 대상, 부산 수출우수상, 철탑산업훈장 등을 받았다. 류 대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해왔고 올해부터 그 결실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 1위 발포제 기업으로 우뚝 설 것”이라며 매출 1조 원 달성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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