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측 “쇠귀에 경읽기’ 판결…의혹에서 형성한 심증서 못 벗어나”

사진=‘국정농단 사건’ 핵심인 최순실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이자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62·구속 기소)가 13일 1심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69)는 “우이송경(牛耳誦經)·쇠 귀에 경 읽기)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이날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알선수재 등 최 씨의 18가지 혐의사실 중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이 변호사는 선고 후 “재판부가 엄정하고 철저하게 불편부당(不偏不黨·기울어짐 없이 공정함)하게 재판을 심리하고 선고하리라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며 “재판부가 아직도 의혹에서 형성한 심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특검과 검찰이 의혹과 자의적인 추리를 기초로 기소했는데 재판부 역시 검찰이 정리해서 주장한 의혹에서 심증을 형성한 것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며 “1년3개월에 가까운 구속기간 동안 진통과 난산이 있었는데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리려 한다면 그 긴 진통기간과 난산의 고통이 있을 필요가 있었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변호사가 그동안 치열하게 변론하고 증거제시가 있었지만 오늘 법정에서 재판장의 설명을 들으면 이것은 우이송경 격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재판부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하는 엄정한 증명의 원칙이 선고의 이유나 결과에 반영이 됐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박 전 대통령과 피고인(최순실)의 공모에 대해서는 증거 제시나 이유 설명에 대해 저희가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며 “이유를 설명한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은 최 씨가 말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알 수 없었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현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 오도된 인식을 하고 있지 않나 우려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의 항소심 판결을 언급하며 “같은 내용에 대한 재판이 이 재판부가 다르고 저 재판부가 다르다”며 “이와 같은 일들이 앞으로의 진행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심 판결에 대해 판결 자체가 있었다는 것은 받아들인다”며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이 쉽게 유죄로 인정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변호사로서는 재판부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점을 자인한다”며 “항소심에서는 저희가 재판부를 다른 방법으로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