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법원에 출석하는 피고인은 물론이고, 검찰에 조사 받으러 오는 피의자도 취재가 가능하다. 그만큼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시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규칙 개정으로 재판장이 피고인의 동의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공공의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아도 예외적으로 재판 중계를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취재는 쉽지 않았다. 구속된 상태에서 검찰이나 법원에 출석 할 경우 출입구 쪽 셔터를 내리고 피의자를 이동시켰다. 즉 사진과 영상 취재가 불허된 것이었다. 2014년 4월 14일 내란음모죄 혐의로 법원에 출석하는 이석기 전의원과 2007년 6월 22일 법원에 출석하는 한화 김승연 회장의 경우에 그러했다. 호송차량이 법원 구치감 입구에 도착하면 셔터를 닫아 취재를 봉쇄했다. 검찰청에서도 구치감으로 들어갈 경우 검찰청사 밖에서만 취재가 가능했다.
최근 들어 국민의 알권리가 중요해지면서 신문과 방송 등 언론사들은 검찰과 법원에 출석하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들의 모습을 취재해 보도하고 있다. 특히 국정농단 관련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경우 수갑, 포승줄, 수형번호가 그대로 공개되기도 했다. 이들 가운데 최순실 씨를 제외하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인물이라 공인이라 할 수 있다. 수사와 재판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검찰 승용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장면, 법무부 호송차량을 이용해 구치감으로 들어가는 모습, 재판 받으러 법정 내부에 입장 하는 모습 등이다.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학사비리 관련자들의 경우에도 얼굴이 공개됐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해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이다. 이들의 경우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보도를 함에 있어 피의자들의 얼굴 공개에 대해 사전에 동의를 받는 게 원칙이나 이들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국민의 알권리가 개인의 권리(인권)에 우선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수갑, 포승줄, 수형번호에 대해서는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과 법원에서도 이들에 대한 취재를 허가해 줬을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순실 씨의 1심 선고가 열린 13일 같은 건물에서 진행된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의 취임식은 아쉬움이 남는다. 보통 법원장의 취임식 또는 검찰총장의 취임식 등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많은 기자들이 취임 첫 날 현장 모습을 전하기 위해 사진과 영상을 찍는다. 하지만 민중기 법원장의 취임식은 평상시와 달리 사진과 영상 취재가 불허됐다. 이는 민 법원장의 과거 ‘성희롱 발언’ 관련 뉴스가 나오는 상황에서 내부를 공개해 수많은 카메라 세례를 받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마음에 들 때만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법원장의 올바른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서울중앙지법원장 또한 사인을 넘어 공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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