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 119상황접수요원 유정춘 소방장(44)에게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60대 A 씨가 “다리가 너무 아프다. 죽고 싶다”고 말했다. 모니터에는 구로구의 한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100m의 원이 표시됐다. 정확한 위치를 알기 어려웠다.
“침착하세요. 조금 더 정확한 주소를 알려주세요.”
거듭된 요청에도 A 씨는 자신의 말만 계속했다. 일단 유 소방장은 관할 지역 소방대원에게 출동 지령을 내리고 관련 기관에 정확한 위치정보 파악을 요청했다. 그는 “60초 이내 출동 지령을 내리는 게 목표인데 정확한 주소 파악이 어려워 늦어졌다. 통신 기지국 위치 정보는 50∼100m 오차가 있어 정확한 주소 확인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누구나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119에 신고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러나 대부분 당황한다. 그때 몇 가지 요령을 알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골든타임을 아낄 수 있다.
119신고의 핵심은 ‘발생 주소’와 ‘사고 정보’다. 정확한 주소를 알려주는 게 가장 좋다. 모른다면 주변 큰 건물의 명칭이나 상가 건물에 적힌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어떤 상황인지, 건물 용도와 층수, 상주 인원 같은 정보도 중요하다. 해당 상황에 가장 적합한 인력과 장비가 출동할 수 있다. 양천소방서 이예지 소방교(30·여)는 “‘불이 났으니 빨리 오라’는 내용보다 ‘A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10여 명이 연기를 마시고 쓰러졌다’는 신고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리 쉽지는 않다. 질문에 답하지 않고 “빨리 오라”고만 소리치는 경우가 많다. 도로명 주소와 지번주소를 섞어 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유 소방장은 “신고자가 너무 흥분한 경우 큰 소리를 쳐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당황스러워도 심호흡을 하고 최대한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원들은 현장으로 출동하며 신고자와 다시 한번 통화한다. 신고 후 변동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도착 즉시 정확한 진압 및 구조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신고자 중에는 “왜 빨리 안 오고 반복해서 물어보냐”고 화를 내며 아예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양천소방서 구급대원 윤영진 소방교(33)는 “최초 신고 후 가족 등 지인과 통화하느라 소방대원 연결이 어려울 때가 많다. 계속 통화 상태를 유지해야 빠른 시간 내 적절하게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정현우 기자
119 신고 요령
1. 정확한 주소 말하기. 모를 땐 근처의 건물 이름을 말해도 좋다. 2. 구체적인 정보 말하기. 적절한 차량 및 소방장비 투입이 가능하다. 3.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기. 최대한 침착하게 말해야 정확한 정보가 전달된다. 4. 계속 통화 상태 유지하기. 출동하면서 적절한 상황 판단에 도움이 된다. 5. 건물 밖에서 안내하기. 가능하면 현장 근처 도로변에 나와 정확한 지점을 알려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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