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선수단 소속의 여성 스태프 C 씨는 매일 오후 ‘귀촌 전쟁’을 벌인다. 주요 경기가 밤늦은 시간에 끝나다 보니 숙소로 돌아갈 때마다 택시 잡는 건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밤마다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과 강릉의 택시 정류장에는 하염없이 택시를 기다리는 외국인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C 씨는 “기차시간이 다가오는데 택시가 보이지 않을 때면 식은땀이 난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개막한 지 18일로 열흘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교통이 불편하다는 외국인이 많다. 이런 상황은 설 연휴 기간에 귀성·귀경객이 더해지면서 특히 심했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3시경 고속철도(KTX) 강릉역. 켄트 먼들 씨(25·캐나다)가 티켓 자동발매기 앞에서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는 10분 넘게 발매기의 터치스크린 화면을 누르다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행 티켓이 막차까지 모두 매진된 탓이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는 먼들 씨는 출근 때문에 반드시 서울에 가야 했다.
그는 가까스로 양평행 티켓을 구했다.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서울로 가려는 것이다. 1시간 반 동안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먼들 씨는 “1년간 한국에서 직장을 다닌 덕에 그나마 설 휴가라는 것과 양평이 어디인지 알아서 이 정도 대처가 가능했다.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들은 이런 걸 전혀 모르니 당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릉역과 평창역에는 서울 등 다른 곳으로 가려는 외국인이 대거 몰려 마치 국제공항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설 연휴가 겹쳐 대부분의 기차표는 일찌감치 동났다. 한국인들은 교통정보를 확인해 대안을 마련했지만 상당수 외국인은 정보조차 부족해 발만 동동 굴렀다.
서울에서 평창과 강릉으로 향하는 길 역시 아직도 ‘고난의 행군’이다. 스웨덴에서 온 데니스 얀센 씨(34)는 14일 한국에 왔지만 18일에야 경기를 관람했다. 설 연휴와 맞물려 평창행 KTX 좌석을 구하지 못해서다. 얀센 씨는 19만5000원짜리 평창 코레일패스(무제한이용권) 7일권을 구입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그는 “패스 소지자에게 할당된 좌석이 부족해 말만 ‘패스’지 탈 수 있는 열차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평창과 강릉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경강선 KTX도 설 연휴를 앞두고 입석까지 모두 팔려 외국인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코레일은 대안으로 청량리역과 상봉역에서 평창·강릉으로 출발하는 KTX를 편성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캐나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아들을 응원하러 가족과 함께 온 스티븐스 스미스 씨(53)는 “코레일에 영문 웹사이트가 있긴 하지만 설 연휴에 열차표가 부족할 것이라는 공지가 없었고 예약 절차도 복잡해 이해하기 힘들었다. 개별 발권만 가능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앉아야 했다”고 말했다.
불편이 계속되자 일부 외국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구책을 찾고 있다. 이달 초 한 외국인 방문객이 만든 ‘평창올림픽 2018 교통’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2주 만에 1100여 명의 외국인이 가입했다. 이곳을 통해 외국인 질문에 답변을 해주는 신호진 씨(27·대학생)는 “경기 입장권을 예매하고도 기차표가 없어 한국 방문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며 “우리나라가 외국인들에게 교통이 불편한 나라로 비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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