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 미약을 앞세워 무기징역을 받으려던 이영학의 꾐수는 법 앞에 통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이라며 ‘어금니 아빠’ 이영학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영학의 더러운 욕망에 딸을 잃은 아버지의 간곡한 호소가 받아들여졌다. 피해자의 얼굴을 수건으로 누르며 “미안해, 내가 지옥에 갈게”라고 말한 사이코패스에게 재판부는 법의 준엄함과 정의를 보여줬다. 》
“준엄한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하겠습니다. 사형을 선고하겠습니다.”
판결 순간 법정 안이 술렁였다. 하지만 이영학(36)은 움직이지 않았다. 법정 바닥을 향해 있던 시선도 그대로였다. 그 대신 검은 뿔테 안경을 벗더니 손에 쥔 휴지 뭉치를 들어 눈물을 닦았다. 잠시 후 이영학은 교도관에 이끌려 법정 밖으로 나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성호)는 21일 열린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내렸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 전체를 공분에 휩싸이게 했고 딸을 범행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피해자는 고귀한 생명을 잃었고 유족들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교화 가능성도 없어 보이고 석방되면 더욱 잔혹하고 변태적인 범행으로 사회적 불안과 공포를 조장할 것”이라며 “가석방이나 사면을 제외한 절대적 종신형이 없는 상황에서 무기징역은 사형을 대체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거짓 후원으로 인한 사회적 신뢰 훼손도 지적했다.
이날 재판부는 35분에 걸쳐 이영학의 잔혹성을 비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성욕 해소를 위해, 단지 아내와 닮았다는 이유로 딸 친구를 지목했다.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범행”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잠에서 깬) 피해자가 반항하자 얼굴에 젖은 수건을 덮고 있는 힘을 다해 누르며 ‘미안해 내가 지옥에 갈게’라고 말하는 엽기적 사이코패스”라고 비판했다.
“피해자에게 극악무도한 성적 수치심을 안겼다” “아내를 가학 대상으로만 여겼다” 등 재판부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이영학의 몸은 앞뒤로 불안하게 떨렸다. 간간이 안경을 벗고 눈물을 흘렸고 흐느끼는 모습도 목격됐다.
재판부는 이영학 측이 주장한 ‘심신 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이영학이 가족과 변호인에게 쓴 편지와 반성문 100여 장에 대해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보다 자신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조금이라도 가벼운 벌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위선적 모습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영학은 편지와 반성문을 통해 1심 때 무기징역을 받겠다는 목표를 노골적으로 밝혔다.
재판부는 이영학의 딸(15)에게 장기 6년에 단기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미성년자라 우선 단기형을 채운 뒤 교정당국의 평가에 따라 조기 출소 여부가 결정된다. 이영학 도피에 도움을 준 박모 씨(37), 후원금 편취 공모 혐의로 기소된 이영학의 형(41)에게는 징역 8개월과 1년이 각각 선고됐다.
이날 법정에는 지난달 30일 구형 때 사형을 내려 달라고 호소했던 피해 여중생 아버지도 참석했다. 이영학의 잔혹한 범행 수법이 언급될 때마다 아버지의 시선은 피고인석을 향했다. 눈시울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선고 직후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서둘러 법정을 빠져나갔다.
법원의 사형 판결은 약 2년 만이다. 2016년 2월 대법원은 강원 고성군 22사단 일반전방소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한 임모 병장(26)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사형이 집행된 사람은 919명이고 현재 수감 중인 미집행 사형수는 임 병장을 포함해 61명이다. 하지만 이영학의 사형이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2012년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살인사건의 범인 오원춘(48)도 1심 판결은 사형이었지만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이영학의 사형이 확정돼도 집행 가능성은 더욱 낮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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