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무단횡단 교통사고로 114명 사망…가장 많은 곳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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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2월 22일 18시 30분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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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지하철 5호선 송정역 2번 출구 앞은 무단횡단이 잦다. 출구 옆에 있는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소에 가려는 사람들 때문이다. 뒤돌아 70m 거리에 있는 1번 출구 앞의 횡단보도가 무색한 상황이다. 마포구 신촌로 이대역에서 아현역 사이도 마찬가지다.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있고, 횡단보도 간의 거리가 250, 300m다. 두 곳에서는 지난해까지 5년 간 무단횡단으로 5명이 숨졌다. 서울에서 가장 많다.

22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무단횡단 교통사고로 숨진 인원은 114명이었다. 2014년 131명 이후 매년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보행 사망자의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에만 59.1%에 달했다. 무단횡단 사고만 없어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크게 줄 수 있다. 특히 중앙버스전용차로 구간에서 무단횡단 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단횡단 교통사고는 편도 3차로 도로에서 많이 발생했다. 보행자들이 4, 5차로짜리 대로(大路)와 달리 ‘3개 차로쯤이야’하는 무단횡단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있는 도로는 2, 3개의 일반 차로만 건너면 버스정류소에 닿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5년간 무단횡단으로 3명 이상 숨진 17곳 중 8곳이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있는 도로였다. 중앙버스전용차로는 최근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대전, 세종 등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무단횡단 방지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연령별로는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무단횡단 중 사망이 가장 많았다. 50대가 뒤를 이었다. 특히 어두울 때 사고가 많았다. 동이 틀 때쯤인 오전 5~7시에 사고가 집중됐다. 기온이 낮은 1, 11, 12월에 사고가 집중됐다. 일몰시간이 여름보다 2시간 더 긴데다 어두운 색의 옷을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치구별로는 영등포구(49면), 마포구(36명), 동대문구(35명)에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경찰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무단횡단 방지를 위한 시설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서대문구 통일로 독립문역~서대문역 구간의 경우 2016년 8월 간이중앙분리대를 설치한 후 무단횡단 사고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강서구 공항대로 염창역~양화교 구간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시설개선이 없었던 송파구 송파대로 석촌역 부근에서는 무단횡단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5년간 무단횡단 사망사고가 발생한 500여 곳이 경찰과 각 자치구의 특별 관리를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3초간 차량이 오는지 살펴보는 ‘3초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형석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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