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기의 지인과 내 지인들이 겹친다. 사실 다른 지인 분들과는 전혀 문제없이 잘 지낸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꺼내기 힘들었다. 그런데 제가 여자이고 혹시 이런 지인들 사이에서 오해의 소지가 발생되는 일이 일어날까봐 (‘조민기 카톡’을 공개하게 됐다.)”
배우 조민기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A 씨는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뒤늦게 ‘조민기 카톡’ 내용을 공개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하면서 매체에 ‘익명’을 요청했다. 같은 날 배우 최용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B 씨도 ‘익명’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실명이나 얼굴을 공개할 경우 ‘2차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
한 전문가는 A 씨와 B 씨처럼 폭로자의 익명성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KU연구전임교수는 이날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속한 일종의 공동체 안에서 있었던 강간문화를 폭로하는 이들의 익명성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미투 운동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모든 익명성을 버리고 얼굴과 모든 신분이 모두 다 노출되어 있는 상태로 불특정 다수에게 모두 다 공개한다"며 "그렇게 되면 가해자로부터 일종의 폭언이라든가 어떤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불특정 다수로부터 계속 2차 가해와 조롱, 여러 가지 폭력에 노출된다. 굉장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부 폭로자는 제보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다. 전날 오달수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연극배우 엄지영은 “(오달수 성추행을 폭로한 익명의) 댓글을 보며 나도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기다렸다. 그런데 그 분이 마녀사냥 당하고 댓글을 내리는 걸 보고 오달수가 사과할 줄 알았다. 기다렸는데, 사과는커녕 그 사람이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없었던 일처럼 하더라”고 말했다.
폭로자의 2차 피해 우려와 관련해 윤김지영 교수는 언론의 역할을 당부했다. 그는 “미국 같은 경우에는 거대 언론사들이 피해자들이 그렇게 법적으로 고소를 당하거나 소송을 당하거나 위협에 빠지게 않게 하기 위해서 피해자 보호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해서 일종의 방패막이 되어주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한다”면서 “우리나라 언론들 같은 경우는 이걸 가십성으로 소비하는 과정 안에서 피해자를 완전 전면으로 내세운다. 그래서 ‘이 피해자가 진짜 피해를 입증하기에 적합한 피해자인지’에 대한 판단을 대중에게 맡긴다. 피해자가 혼자 난자당하게 하는 방식으로 한국 언론이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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